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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힙합디스전 종료 "미국 랩배틀 총격전,죽음으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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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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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이센스·개코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최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가 힙합 뮤지션들로 도배되는 이례적 사건이 발생했다.


대중은 전에 없던 힙합 래퍼들 간의 설전, 그것도 노래를 통한 자기정화의 ‘힙합 디스전’에 흥미를 보였다. 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는 일방적 폭로전이 이어지고 여기저기서 ‘숟가락’을 올리며 음악성 없는 디스(무례나 결례를 뜻하는 disrespect의 줄임말로, 상대를 폄하하는 말이나 행동을 일컫는다) 그 자체로 변질되자 이내 피곤해 했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 래퍼 켄트릭 라마의 ‘컨트롤’이었다. 켄트릭 라마는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힙합 뮤지션 10여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내 랩 실력으로 너희들을 눌러 주마”라고 도발했고, 이에 자극 받은 래퍼들이 다시 음악으로 화답했다. 이 과정에서 상업화, 대중화돼 가던 힙합이 제 색깔을 찾고 펄떡거렸다.
 
21일 래퍼 스윙스가 한국의 켄트릭 라마를 자처했다. 스윙스는 노래 ‘킹 스윙스’를 통해 “한국 힙합의 수준이 클라라 핫팬츠만큼 짧다”며 한국 힙합에 경종을 울렸다. 다른 래퍼들은 이 도발에 기꺼이 응하며 힙합의 상업화를 비판하는 취지의 곡으로 랩 배틀에 참여했다.


모양새가 이상해진 것은 슈프림팀으로 활동했던 이센스가 출전하면서다. 그는 노래 ‘You can’t control me‘를 통해 존경했던 선배 개코의 배신과 전 소속사의 지저분한 비지니스에 대해 폭로했다.


이어 이센스와 같은 그룹이었던 싸이먼디와 소속사 선배 개코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상대를 힐난하면서 ‘음악적 경쟁을 통해 죽어 있던 힙합에 숨결을 불어넣어 보자’는 디스전의 기본적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이전투구만이 남았다. 이 과정에서 ‘약쟁이’‘약 빨았네’ ‘지렁이가 잘 돼 봐야 뱀 아니면 미꾸라지’ 등의 인신공격성 멘트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힙합으로 포장돼 쏟아져 나왔다.


노준영 음악평론가는 이런 양상이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힙합 디스전이란 기본적으로 랩 특유의 은유와 라임을 살려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음악적 우위를 가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디스전에 참여한 대부분의 곡들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장하지 않은 채 진실공방이나 인신공격에만 집중하면서 더 이상 음악적 게임이 아니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디스전 말미에는 제3자 입장인 래퍼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디스전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용한다는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디스전은 마치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있었던 투팍과 비기의 랩 배틀을 연상시킨다”면서 “투팍과 비기의 인신공격과 폭로전의 끝은 총격전으로 치달은 두 뮤지션의 죽음이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힙합디스전은 표면상 화해(?)로 마무리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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