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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커크의 골프백 |
미국 골프채널에 따르면 이 해프닝은 본대회 직전 열린 프로암에서 벌어졌다. 프로암에 참가한 한 아마추어는 클럽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지 렌털 클럽을 사용하려고 했다.
라커룸에 들어가 준비하던 그는 바로 옆에 클럽 풀세트와 볼 몇 개, 장갑, 골프화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골프백에는 ‘캘러웨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씌어 있었다. 다른 쪽에 ‘크리스 커크’라는 이름이 적혀있었으나 그것은 눈에 안들어왔다. 그는 ‘캘러웨이골프의 스탭 것인가보다’고 생각하고 렌털 클럽 대신 그 장비 일체를 사용하기로 했다. 골프화까지 착용한 그는 그 골프백을 들고 프로암에 임했다.
그의 프로암 프로 파트너는 존 메릭(미국)이었다. 메릭은 아마추어 파트너가 투어프로 커크의 골프백을 들고 나온 것이 이상하긴 했으나 ‘경매를 통해 받았거나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2번홀에서 아마추어의 티샷이 터무니없이 솟더니 오른쪽 숲속으로 날아가버렸다. 메릭은 그 때서야 아마추어가 사용하는 골프백을 들여다보았다. 클럽에는 ‘프로토타입’이라는 글씨가 새겨있었다. 프로토타입은 클럽메이커들이 후원선수들에게 주는 클럽에 새겨넣는 글씨다. ‘렌탈 클럽이 웬 프로토타입?’이라는 생각에 미친 메릭은 아마추어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아마추어는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메릭은 그제셔야 커크에게 ‘당신 골프백이 여기 있다’고 문자를 날렸다. 호텔에서 쉬고 있던 커크는 자신의 골프백에 이상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부랴부랴 골프코스로 나와 황당한 경험의 전말을 들어야 했다.
프로암에 나가지 못한 커크는 당일 오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한 후 골프백을 비롯한 장비 일체를 라커룸 공간에 세워두었다. 때마침 렌탈클럽을 구하던 아마추어가 그것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고 사용하게 된 것이다.
더욱 그 아마추어는 커크의 드라이버와 하이브리드가 마음에 안들었던지 그 옆에 세워져있던 또다른 클럽으로 대체해 프로암에 나갔다고 한다. 커크는 “기가 막힌 일이지만 어쩌겠느냐”며 웃어넘겼다. 커크는 그 대회에서 공동 16위를 차지했고 페덱스컵 랭킹 37위로 플레이오프 3차전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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