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45주년 행사에서 회한에 잠긴 듯 두 눈을 감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news.co.kr |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미납 추징금 논란과 관련해 직접 대응하기 위해 전격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달 안에 두 번째 자서전을 발간할 예정이었던 김 전 회장은 예상치 못했던 추징금 논란이 일자 상당한 고심을 한 끝에 한국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전 대우그룹 임원과 관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6일 오전 아시아나항공 OZ 734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동안 베트남에 머물며 대우그룹 창립기념일 등 개인 일정에 따라 잠시 한국을 다녀갔던 김 전 회장은 이번에는 전직 임원들 및 변호사들과 협의해 약 23조원으로 추산되는 추징금과 장남·3남이 대주주와 소유주로 알려진 국내외 골프장 등 쟁점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가 공무원 외에 일반인에 대해서도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김우중법’을 입법 예고한 뒤 자신에게 쏠리고 있는 논란을 직접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이번 그의 체류기간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자신의 최측근들을 통해 추징금 등의 부당성을 언급했으나 김 전 회장 본인이 직접 공식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의혹의 당사자인 본인이 대응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문제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논란의 쟁점은 약 17조900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과 장남 선엽 씨가 대주주로 있는 포천 아도니스골프장, 3남 선용씨 명의의 베트남 번찌 골프장 등으로, 김 전 회장은 관련서류 등 객관적인 자료 등을 확보해 입증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들은 전체 추징금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해외 현지법인의 미신고 차입금에 따른 것이라면서 당시 회사의 신용도를 감안, 총투자비의 70∼80%를 차지하는 차입금 신고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측은 포천 아도니스골프장은 대우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전에 증여세 납부 등증여절차를 밟아 취득한 것이며,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18홀 규모의 번찌골프장은 세금 납부 등 합법적인 절차를 밟은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과 당시 임원들은 지난 2006년 분식회계 혐의로 모두 22조9460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며 이 가운데 김 전 회장 본인이 내야 할 추징금은 17조9000억원에 이른다.
한편, 지난 1989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에 이어 김 전 회장이 곧 발간할 두 번째 자서전에는 대우그룹 해체와 관련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