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불통'이 동양사태 키웠다…오너와는 은밀한 '내통'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박근혜정부의 이른바 '불통' 정치가 국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동양그룹 사태도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불통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양그룹의 부실 징후와 동양증권의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혐의가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시장의 경고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었던 셈이다. 정작 금융당국 수장은 동양그룹 오너들과 은밀하게 만났고, '그들만의 해결책'을 강구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장경고 무시한 정부의 '불통'

15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동양사태를 예측할 수 있는 위기 징후들이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이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동양그룹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시장 경고가 쏟아졌는데도, 금융당국이 '불통'으로 일관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민주당)은 금감원이 4년 전부터 동양증권 CP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늑장 대응한 사실을 지적했다.

또 금감원과 동양증권은 2009년 5월 동양증권의 계열사 CP보유규모 감축 및 투자자 보호 조치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는 2008년 10월 16일 기준 7265억원 상당이던 계열사 CP잔액을 2011년 말까지 4765억원으로, 2500억원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후 동양증권은 감축규모를 2500억원에서 1500억을 줄여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MOU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감축액은 129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아울러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부문검사를 통해 2011년 1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동양증권이 그룹 계열사 CP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1045건의 불완전판매 혐의를 포착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조치가 늦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제때 동양그룹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의 경고에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동양그룹 오너와 은밀한 '내통'

반면 금융당국은 정작 거리를 둬야 할 동양그룹 오너들과 은밀히 내통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무위 송호창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6월13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업무협의차 방문했다.

9월에는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3일), 현 회장(5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17일)이 각각 최 원장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송 의원은 "최 원장이 떳떳하다면 당시 면담 내용이 무엇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은 "동양그룹 관계자들은 당시 산업은행 등을 통한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며 "최 원장은 동양그룹 관계자들에게 투자자가 한 사람이라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동양그룹 및 대주주가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 부탁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히 오너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임해야 하고, 이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동양그룹 지원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최 원장 그리고 홍기택 산업은행장 등이 동양사태가 불거지기 직전 비공식 모임을 가진 사실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현 회장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주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간을 끄는 사이 사태가 더욱 악화시켰고, 애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금융당국이 귀 기울여야 할 시장에는 '불통'으로 일관했고, 오히려 냉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기업인들과 은밀히 '내통'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들의 만남이 유독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공공연히 알려진 학연 때문이다. 최 원장과 정 사장이 서울고 동문이란 이유로 금감원이 부실 감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현 회장, 조 수석, 홍 행장은 경기고 동문이다. 또 현 회장, 조 수석, 최 원장은 서울대를 졸업했다. 송 의원 측은 "최 원장, 현 회장을 비롯한 주변 관계자들이 학연 등으로 친분이 깊다는 점에서도 의심스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