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창 홍콩 재무국고부 장관 "홍콩, 금융 제도·인프라 모두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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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1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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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아시아의 금융허브이자 중국 위안화 국제화의 전진기지인 글로벌 도시 홍콩. 홍콩은 특유의 개방성과 자유로운 경제체제, 낮은 세율, 편리한 접근성, 풍부한 국제전문인력 및 정책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급격히 성장하고 중국 경제 및 금융시장의 개혁개방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홍콩의 입지와 역할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시점에 2007년부터 홍콩의 금융서비스, 정부공공자산 및 투자관리, 정부 예산 등을 담당하는 재무국고부(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해온 천자창(陳家强ㆍ케이 시 찬)을 16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직접 만나 홍콩의 금융시장과 경쟁력, 최근 직면한 도전과 해결책,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과 기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다. 홍콩의 강점은 무엇인가.

"홍콩은 비즈니스센터, 허브다. 이 말은 결국 비즈니스와 금융거래를 위한 국제적인 법과 스탠더드, 즉 기준이 모두 마련돼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미 잘 활용하고 신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것이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불리는 첫째 이유다. 둘째는 홍콩이 자유경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자본의 이동에 제한이 없이 자유롭고 보다 쉽고 편리하게 금융거래가 가능하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上海) 자유무역지대(FTZ)가 공식 출범했다. 이를 두고 홍콩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위협은 없을 것이다. 최근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즉 FTZ의 출범은 중국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발전 및 개혁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금융개방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실제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경제개혁, 각종 금융규제 완화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 왔다. 상하이 FTZ 출범은 중국 금융개방정책이 다시 한 번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시장개방정책으로 홍콩은 항상 기회와 혜택을 받았으며 부정적인 영향은 없없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시장의 문을 열고 금융개혁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홍콩의 금융회사와 은행들이 오히려 상하이 등 중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

-홍콩은 위안화 국제화의 전진기지다. 홍콩이 주요 역외 위안화 기지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최근 싱가포르 등 다른 역외 위안화 기지가 등장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홍콩이 역외 위안화 중심기지로 성장한 것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중국 정부당국 관련 규정과 정책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가 글로벌 무역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아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금융시장은 상당히 폐쇄적인 공간으로, 이에 당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작업지 중국 국내가 아닌 은행 및 금융업이 발달한 홍콩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홍콩은 이미 관련 규제나 제도·인프라·체제를 모두 갖추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홍콩으로 넘어온 위안화는 홍콩 금융회사와 은행이 다시 글로벌 무역결제에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의 역외 결제량이 증가하고 홍콩 내 관련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게 된 것이다. 싱가포르 등 기타 역외 위안화 결제기지와의 경쟁 여부에 대한 답변도 비슷하다. 기타 역외 위안화 기지의 등장 역시 중국 정부당국 정책의 일부다. 홍콩만이 역외 위안화 기지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서 보다 많은 역외 위안화 기지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추진이 필요한 산업 및 위안화 활용분야가 다른 만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지역별 위안화 기지는 중요하고, 이에 중국 당국은 역외 위안화 기지 조성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동남아지역의 경우는 홍콩이 담당하고 있지만, 영국 같은 경우는 런던을 이용한다. 이 같은 이유로 이들 지역은 홍콩에 있어서 경쟁상대라기보다는 일종의 사업 파트너다."

-최근 홍콩의 법정화폐를 홍콩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홍콩달러는 필요하다. 위안화는 홍콩달러와 사용 지역과 입지면에서 연관성이 없다. 위안화가 빠르게 국제화되고 있는 만큼 홍콩 시장 내에서는 홍콩달러가 여전히 주요 화폐로 사용된다. 다만 홍콩의 외환보유액에서의 비중은 점차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그만큼 위안화의 국제 시장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리라는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홍콩은 글로벌 금융시장이다. 홍콩달러가 주요 화폐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50%는 유로화·호주달러·캐나다달러 등 다양한 국제통화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위안화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와는 어떠한 협력을 전개하고 있으며 한국 자본 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홍콩은 금융 및 은행업에 있어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 관련 회사 및 은행의 홍콩 진출도 적극 장려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한국과 홍콩의 협력은 꾸준히 확대돼 왔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홍콩 금융시장에서의 한국 금융회사의 입지가 제고되고 투자규모도 빠르게 증가했다. 이는 우선 이미 홍콩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자금조달 및 투자금융을 돕기 위해서 금융회사의 빠른 진출을 촉진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둘째로 한국의 투자자들이 홍콩의 주식 및 선물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판단된다. 이 두 가지 면에서 잠재력과 협력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 역시 해외 금융회사 및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한국 전문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경제는 각각 다른 경쟁력과 장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즉 한국만이 가진 경쟁력, 발전이 가능한 비즈니스 분야, 리치마켓을 찾아내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홍콩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홍콩은 애초부터 글로벌 금융 및 무역도시로 계획되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홍콩처럼 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야심찬 구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이 어느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보기에 한국은 제조업, IT, 서비스 분야에서 강점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한국 국민들은 지식집약적이고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성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기반과 상황을 활용할 수 있는 금융 및 투자분야를 개척해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이 같은 강점을 제대로 홍보하는 것도 절실하다."

지난 15일 3일간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케이 시 찬 장관은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종석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계 인사들을 만나 교류했다.

** 천자창 장관 약력
△미국 웨슬리대학에서 경영학 학사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 금융학 석사 및 박사, 자산가치·교역전략평가 및 시장효율 평가 등 논문 다수
△홍콩 소비자위원회 위원장, 홍콩 선물거래소 소장, 전략발전위원회 위원, 외화기금자문위원회 위원, 항셍지수자문위원회 위원 역임
△홍콩 과기대 교수 재임 시 아시아금융학회 회장, 아태지역 경영대학원 연합회 회장 등 다수 공직 역임
△1993~2007년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장
△2007년 7월부터 현재 홍콩특별행정구 정부 재무국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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