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국내 증시에서 가장 긴 기간 순매수를 기록하며 연일 주식을 사들이고 있으나 펀드 환매를 중심으로 개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 상승 발목을 잡고 있다.
코스피가 최근 2년 새 갇혀 있던 지수 상단인 2050선을 강하게 뚫지 않는 한 펀드 환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인 외국인 순매수만으로는 증시가 본격 상승국면으로 들어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8월 23일부터 이날까지 34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면서 모두 11조83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종전 외국인 최장 순매수 기록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 20일부터 3월 3일까지 34거래일로 이번과 같다.
반면 개인 및 기관은 이번 외국인 순매수 기간에 각각 5조3000억원, 5조43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과 맞먹는 물량이다.
기관 매물은 대부분 투신권(3조8900억원)에서 나왔다. 코스피 강세가 펀드 환매 수요를 자극한 탓이다. 실제 국내 주식형펀드는 이달 14일 기준 29거래일 연속 순유출이 지속되면서 4조232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역대 최장 기간 순유출이다.
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예탁금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14일 기준 고객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15조1058억원으로 2011년 3월 14일(15조928억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선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개인 투자자가 외국인 매수세를 따라가는 행태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며 "펀드 환매에는 동양그룹 사태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도 "국내주식형펀드를 보면 2011년 이후 코스피 1950선 아래에서 8조원 가량이 유입된 반면 그 이상에서는 17조원 넘게 빠져나갔다"며 "지수가 전고점을 강하게 돌파하지 않는다면 신규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가운데 35%에 달하는 외국인 보유 비중도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보유주식 시총은 전일 기준 총 422조4600억원(35.34%)에 이른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7월 16일(35.36%) 이후 최고치다.
외국인 매수 강도가 갈수록 둔화될 수 있는 만큼 종목별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코스피 전체 지수보다 코스피100이 더욱 강세를 보였다"며 "코스피100 종목 가운데 시총 대비 외국인 보유비중 차이가 큰 종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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