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야당 정치인이었던 2002년부터 NSA의 감청을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00년 독일 기독교민주동맹 첫 여성 당수로 선출됐고 2005년 총리가 됐다.
슈피겔은 전 미국 방산업체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미국 첩보 당국의 기밀 파일을 토대로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 번호가 NSA의 감청 표적 명단에 ‘GE 메르켈 총리’로 표시됐다”며 “올해 6월 18∼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으로 베를린을 국빈 방문하기 수주 전까지도 메르켈 총리는 NSA 감청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고 전했다. GE는 독일을 의미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과거 표기방식이다.
슈피겔은 “미국 당국의 구체적 감청 행태는 아직 불명확하다”며 “예를 들어 대화 내용을 녹음했을 수 있지만 직접 녹음하는 대신 총리가 누구와 전화했는지 등의 통화 정보만 파악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슈피겔이 입수한 기밀문서에 따르면 NSA는 독일 수도 베를린 중심가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합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스파이 지부를 차리고 첨단 장비를 이용해 독일 정부 청사를 감청했다. 경제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서도 또 다른 독일 감청 지부가 운영됐다.
슈피겔은 “NSA와 미국 중앙정보부는 세계 80여개 지역에서도 비슷한 무단 감청 시설을 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독일 등 유럽 각국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다음 주 자국 정보기관 고위층 인사 등을 미국에 보내 감청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유럽의회 역시 조만간 미국으로 대표단을 파견해 미국의 불법 스파이 행위에 대해 미국 정부의 해명을 들을 예정이다.
유럽연합(EU) 28개국 정상들은 24∼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EU 정상회의가 끝난 후 발표한 성명에서 “EU 정상들은 우호 관계는 반드시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했다”며 “이는 정보 분야 업무와 협력에도 해당된다. 신뢰가 없으면 정보 수집 분야에서 필요한 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3일 통화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감청 파문에 대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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