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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도로시컴퍼니]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지난달 25일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신승훈은 부드러운 음색처럼 편안한 인상과 말투를 뿜어냈다. 인터뷰 시작 전 자연스럽게 경직된 분위기를 푸는 농담에서 노련함이 느껴진다. 데뷔 23년 차 가수의 여유로움이다.
신승훈은 지난 2008년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 2009년 ‘러브 어클락(LOVE O’CLOCK)’을 거쳐 3부작 프로젝트 앨범 시리즈의 마지막인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를 통해 4년 만에 가요계에 돌아왔다.
“6년 동안의 미니앨범 프로젝트는 저에게는 음악적으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20년 후 누군가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언제냐’라고 물어본다면 제가 세 장의 앨범을 만들기 위해 쏟았던 6년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집을 낸 후 대중가수로서는 힘든 시기였어요.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이후 11집을 낼 수가 없어서 변신을 도모하고자 미니앨범을 내게 됐습니다. 여러 실험을 했고 정규보다 스펙트럼이 넓어서 다양한 걸 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 ‘그레이트 웨이브’는 결정체죠.”
앨범 제목인 ‘그레이트 웨이브’ 역시 가장 위대한 순간이라는 의미지만 앞서 낸 두 장의 앨범도 그에겐 빠질 수 없는 변화다. 이러한 애정을 대변하듯 이날 미니앨범 세 장을 가져와 같은 모양의 로고가 박힌 것을 강조하며 “자신의 프로젝트를 압축시킨 것”이라 칭했다.
“세 개의 동아줄이 잘 엮여 있으면 단단하고 끊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세 장의 앨범이 제 음악인생에서 중심이 돼 버틸 것이라는 걸 의미해요. 제 앨범이 천만 장이 넘었는데 이건 기쁜 소식이자 위기거든요. 신선하지도 않을뿐더러 지루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 자신을 뛰어넘고자 했는데 저도 6년이나 걸릴지 몰랐네요.(웃음)”
탈(脫) 신승훈을 도모하고자 한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쏘리’를 포함해 선공개곡 ‘내가 많이 변했어’ ‘그대’, ‘러브위치(Love Witch)’, ‘마이 멜로디(My Melody)’, ‘그랬으면 좋겠네’, ‘나비효과’, ‘라디오를 켜봐요’가 수록됐다. 장르 역시 모던록, 디스코, 브릿팝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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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도로시 컴퍼니]
“이번 앨범은 1~10집까지 앞으로 해야 할 에필로그이자 프롤로그입니다. 힌트를 많이 얻었어요. 말보다는 노래로 표현하겠다는 고집으로 음악을 해왔는데 이를 입증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 변화 가능성을 닫아 두지는 않아요. 2년 후의 모습이자 모티브도 이 앨범에 있습니다.”
시작이자 끝을 알리는 이번 음반이지만 그는 500곡이 넘는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강남스타일’로 국제가수가 된 싸이도 탐냈다던 그 곡들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가수 조용필 형님에게 제 노래를 드리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10년 동안 앨범을 안 내시더라고요. 7년 전에 써놓은 곡이 있었는데 싸이가 탐을 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한테 주면 웃기지 않느냐'고 했더니 싸이가 하는 말이 '형, 첫 순결은 엄한 놈한테 뺏기는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앞으로 제 곡들은 후배들한테 줄 예정입니다.”
많은 곡을 후배를 위해 기꺼이 내놓겠다는 그는 자신의 음악뿐만 아니라 신인가수 양성을 위해 사무실 앞 연습실을 만들고 트레이닝에 몰입하고 있다. 연습생도 뽑은 상태인 현재 신승훈은 또 다른 목표를 두고자 한다.
“오디션프로그램 ‘보이스코리아’ ‘위대한 탄생’을 통해 누군가의 선생님으로 활약했던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23년 동안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니 아이들도 좋아하더라고요. 내년 말쯤 되면 청사진이 보일 것 같아요. 요즘은 인재 양성도 시스템화 돼 개성들을 표출하기 어려운데 저는 그 개성을 더욱 빛나게끔 보전해주려고 합니다.”
정상에 선 그가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면서 영역을 확장한다. 누군가 정상에 서면 자신의 부나 능력을 넓히고자 하는데 그 역시 자신이 이뤘던 것을 베풀며 삶을 완성하고 있다. 음악인생으로 친다면 거의 모든 것을 이뤘다고 여겨지는 그에게 또 다른 꿈이 있을까.
“가수로서 앨범을 내는 꿈은 이미 이뤘고 데뷔곡 ‘미소 속에 그대’부터 일사천리 하게 잘 됐어요. 이제는 떨어질 일만 남은 것 같아요.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멋지게 하강하는 거죠. 지금까지 음악을 해오면서 줄곧 준비한 건 날개를 크게 만들어 남들이 눈치 못하게, 학처럼 기품있게 내려오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날개를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하강하기에는 이른 그의 열정이 다음 음반을 궁금하게 한다. 차기 앨범에 대해 묻자 “매우 부담된다”라면서도 “혹평을 받는다면 달게 받겠다”고 의연한 그의 모습을 보인다. 견고한 동아줄이 가져다 주는 11집은 어떤 모습일까. '그레이트 웨이브'의 완성도가 주는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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