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업자에 대한 ‘동의의결’을 수용키로 했다.
공정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원회의(심판정)에서 네이버·네이버 비즈니스플랫폼(NBP)·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 등 포털사업자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업자는 한달 간 공정위와 추가 협의해 시정방안에 대한 잠정 동의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검찰총장과 서면 협의해 최종동의의결안을 확정한다.
그러나 이들 포털사업자가 공정위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과징금 등 제재를 위한 심의 절차가 재개된다.
포털사업자들의 위반은 △통합검색방식을 통해 정보검색결과와 자사 유료전문서비스를 함께 제공 △일반검색결과와 검색광고를 구분하지 않고 게시 △특정대행사가 확보한 광고주에 대한 이관제한 정책 △네트워크 검색광고 제휴계약 시 우선협상권 요구 △계열사인 오렌지크루에 대한 인력파견 등 다섯 가지 혐의였다.
하지만 지난 20·21일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업자는 제재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각각 동의의결 카드를 내밀면서 일종의 '꼼수'로 여겨지고 있다.
신청 사유을 보면 인터넷 서비스 분야가 해외경쟁당국도 무혐의로 판단하거나 자진시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등 그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을 들었다. 또 시장관행적 사업모델이나 방식과 관련된 것으로 사업자의 자발적인 시정 유도가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구글 등 외국사업자가 조치대상에서 제외된 사례도 사유로 들었다. 역차별로 인한 국내사업자들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 이 외에도 소비자 및 다른 사업자의 피해구제 등의 적극적 시정방안도 제시했다.
동의의결 제도는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소비자 피해의 실질적 구제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 외부의 강제적 결정보다는 내부의 자율적 개선이 이뤄지는 효과가 크다.
그럼에도 네이버·다음 등 포털 업체들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과징금 등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면책성 논란이 짙다.
네이버 측은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이지 않을 시 제재 처분을 보고 소송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이면서 네이버가 뼈를 깎는 자구책과 시정에 대한 실행의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아울러 불공정업체가 과징금 폭탄을 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비하되고 있는 점도 동의의결에 대한 제도적 개선 다듬질이 필요해 보인다.
포털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일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자세에서 고쳐나갈 것”이라며 “공정위의 동의의결 결정은 생산적인 방향을 제시해 준 현명한 판단으로 동의의결은 포털 업계와 IT 시장에 적합한 처사”라고 말했다.
지철호 공정위 상임위원은 “온라인 검색서비스시장은 동태적 시장상황 및 기술발전 등을 고려해야 할 혁신시장”이라며 “인터넷 검색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돼 있어 신속한 경쟁질서의 회복이 필요하다. 사업자의 자발적인 시정을 통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고 적절한 시정방안이 마련된다면 충분한 피해구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동의의결 개시를 적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국내 온라인시장 전반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예방·개선하기 위한 제도개선방안(모범거래기준)을 올해 마련할 예정이다.
◇용어설명
▷동의의결 제도는 사업자가 원상회복 또는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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