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王)회장의 결별에 이은 출국이 하나금융의 향후 인사에서 측근 인사들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결정으로 금융당국의 압박이 한 풀 꺾여 하나금융의 변화와 안정이 동시에 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내년 1월 초 미국 또는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은 하나금융 고문직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자신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외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3월 공식 퇴임 이후 계약기간 2년의 고문직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간 4억~5억원에 이르는 고액의 고문료와 회장 재직 당시 미술품 구매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내년 3월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금융감독당국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떠나기로 했다”며 “고문료 논란과 하나은행 종합검사의 여파를 최소화하고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의 출국 이후 행보는 행선지가 미국이냐, 중국이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세계적인 금융사가 밀집한 미국으로 갈 경우 선진금융에 대한 공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선 1971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중국으로 갈 경우 회장 재직 당시 지분을 투자한 지린은행 자문을 맡고, 지린대에서 강의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김 전 회장 재직 당시인 지난 2010년 3억1600만달러를 들여 지린은행 지분 18%를 인수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김 전 회장이 외국으로 떠난 이후 이른바 김승유 라인으로 분류되는 측근들이 교체될 지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은 이달 말 임원, 내년 1월 직원에 대한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의 출국을 앞두고 이뤄지는 임원 인사에서는 대규모 인력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김 전 회장뿐 아니라 측근 임원들도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 전 KDB금융 회장과 더불어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다.
동일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금융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김 전 회장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김 전 회장이 출국하고, 임원진이 교체되면 조직이 점차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