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재의 골프 노하우>(24) 로컬룰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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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1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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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 본령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평성 갖춰야


“우측 낭떠러지는 OB, 좌측 숲은 해저드입니다”

티샷에 들어서면서 캐디의 이런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우측으로 아웃되면 2타, 좌측으로 아웃되면 1타를 잃는 결과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OB가 나면 OB티에서 4타째 세컨드 샷을, 해저드에 들어가면 해저드티에서 3타째 세컨드샷을 강요당한다. 골프장에서 정한 ‘로컬룰’이기 때문에 따라야 하는 것인데, 사회생활에 법이 있듯이 골프에서도 룰이 있으니 따르는 것이 옳다. 그 중에서도 로컬룰이 최우선되는 룰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 로컬룰에 대해 한 번이라도 의심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로컬룰은 골프장이 원하는대로 아무렇게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공동 제정한 골프룰북에는 로컬룰 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어떤 특별한 상황이나 코스 상태, 기후 조건 아래서는 룰을 고지식하게 따르면 골프라는 게임의 묘미를 잃어버릴 수 있으므로 최대한 공평한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로컬룰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좌측은 해저드’에서 이 때 해저드라는 표현은 빨간 말뚝이 꼽혀 있는 ‘래터럴 워터해저드’를 뜻하는데, 숲을 래터럴 워터해저드로 정하는 로컬룰은 명백한 잘못이다. 골프룰에서 로컬룰로 허용하지 않는 사항인 것이다. 또 ‘OB티’에서 볼을 치게 하는 것도 그렇다. OB가 나면 1벌타후 제자리에서 다시 치는 것 외에 다른 옵션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골프장에 당연하다는듯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OB티는 반칙인 것이다.

그리고 해저드에 빠진 볼에 대해서는 별도로 구역을 정하여 그 곳에서 볼을 치게 하는 것은 골프룰에 보장된 로컬룰이지만, ‘해저드티’라는 용어는 분명 문제가 된다. 마치 티를 꼽고 칠 수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볼 드롭’ 혹은 ‘드로핑 존’이라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2011년 US오픈 때 한 선수가 로컬룰에 명시된 드롭존에서 플레이하고 있다.



또 로컬룰은 룰에 의한 판단의 모호함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들어 이웃한 말뚝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OB나 워터해저드 등의 경계선을 바닥에 페인트로 칠해서 그 경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제 막 심은 어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관상용 화단을 보호하기 위해 무벌타 드롭을 명시하는 것도 로컬룰의 역할이다.

그러나 벙커 발자국에 빠진 볼을 구제해주는 것은 로컬룰이 될 수 없다. 벙커의 발자국은 골퍼들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반칙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 골프의 현실이다.

영국 미국의 좋은 골프장들은 스코어카드에 로컬룰을 명시해둔다. 그래서 처음가는 골프장에 캐디없이 코스를 따라가도 이 로컬룰을 보면 모호한 경우가 생기지 않는다. 명문 골프장이 되고 싶으면 이런 작업부터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국내 골프장들은 캐디들에게 제대로 된 골프룰 교육을 해주어야 한다. 캐디들이 너무 쉽게 저지르는 룰 위반은, 퍼트 라인을 가리켜주면서 “여기 보고 치세요”하고 깃대로 콕 찍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룰 8-2b의 위반이 돼 해당 골퍼에게 2벌타를 안겨주는 치명적 실수다. 이 경우 룰 위반을 피하려면 바닥을 건드리지 않고 그 지점만 가리켜주어야 한다.

요즈음 골프장업계가 불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골프장들은 룰을 제대로 지키면서 골프를 치고 싶은 순수한 골퍼들을 위해서, 그리고 골프의 순수한 정신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그동안 손님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식의 경영방침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이 불황은 분명 헤어나기 힘든 역경이다. 비슷비슷한 산악 코스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타 골프장과는 차별화된 운영을 통해 골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는 것도 창조경제의 일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골프칼럼니스트 (WGTF 티칭프로, 음향학 박사)
yjcho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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