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이긴 편이 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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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09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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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지난 4일 큰 폭풍이 미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한국에서는 남의 나라 일이니 크게 피부에 와닿지 않았겠지만,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됐다.

선거결과 미 연방의회는 하원에 이어 상원도 공화당이 차지해 명실공히 여소야대 형국을 만들었으며 이제 임기가 2년밖에 안 남은 오바마 행정부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통과시킨 법안을 민주당 주도의 상원이 거부하는 일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보기 힘들게 된 것이다.

벌써부터 오바마 케어 시행에 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렵게 어렵게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로 저소득층 주민들까지도 의사를 볼 수 있게 됐는데,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2016년 대선 때 공화당에서 대통령까지 나와 버리면 오바마케어가 사라지는것 아니냐는 걱정인 것이다.

아직 임기가 2년정도 남았지만 소위 말하는 레임덕 현상은 이미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특정 선거인을 지지했던 단체나 개인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선거가 있고 투표가 있으면 당선되는 후보도 있고 낙선되는 후보가 있기 마련. 그리고 특정 후보 지지자들은 당선의 기쁨을 맛볼 수도 낙선의 고배를 들이켜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미국의 수도권지역이라 할 수 있는 워싱턴지역 한인사회에서는 이상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선거철이 되면 한인사회에서도 미국인 후보자를 위한 모금만찬이나 후원모임 같은 것이 열리곤 한다.

한인들이 모여 선거자금을 모금된 기부금을 전달하고, 한인사회를 위한 정치, 한인 비스니스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후보자는 '그러겠노라'하는 멘트 하나쯤 해줘야 지역 한인신문에 '친한파'라는 수식어와 함께 이름이 기사에 실려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통상적으로 개인 또는 단체는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골라 집중 후원하는 양식을 보이는데 한인사회는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민주당이고 공화당이고 상관없이 일단 불러서 선거 후원금을 전달하고 사진을 찍고 그러한 모임이나 활동이 언론에 나오도록 한다.

그리고 특정 후보자가 당선이 되면 그 역시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관계없이 당선자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한인들의 정치적 후원 때문에 당선이 됐다며 스스로의 공적을 치켜 세운다는 점이다.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대목이다. 양쪽을 다 지지한다고 해 놓고 선거 결과가 나오면 어느 한 쪽에 가서 '우린 그동안 쭉 당신을 지지했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어찌보면 힘없는 소수민족의 입장으로 미국 사회 내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한인사회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우울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정치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러한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일단 선거자금을 모금해서 준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에 찾아가 사진도 찍고 밥도 같이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있다 보면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후보에게도 같은 단체가 후원회를 해주고 기부금을 전달하더라는 것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표'이다. 한표 한표가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원하는 것은 돈보다 유권자의 표다.

그런데 이쪽 저쪽 후보 모두에게 손을 내미는 한인사회를 보는 후보자들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선거 전 공약에서는 한인사회를 위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당선 뒤에는 한인사회를 나몰라라 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이야기다.

진정 한인사회를 위해 일할 만한 후보자를 고르고, 골랐으면 전폭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하며 선거 당일 한명이라도 더 많은 한인 유권자를 투표소로 불러 자신을 찍어주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한인사회를 도와주고 싶지 않아도 도와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내 중국이나 베트남사회는 한인사회와 다르다고 한다.

이들 소수민족을 위해 일할 만한 진정한 일꾼이라 판단되면 공식적으로 '우리는 000 후보를 지지한다'고 발표하고 선거자금 모금과 함께 캠페인을 전개한다.

설사 자신들이 지지하던 후보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당선된 경쟁자쪽에 가서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본 낙선자는 다음 선거에서 심기일전해 당선이 되고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던 소수민족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애쓰게 되는 것이다.

메릴랜드에서는 이번 중간 선거에서 어렵게 공화당 출신 후보가 주지사로 당선됐다. 부인은 한국계 한국인이다. 이미 예전에 한차례 주지사에 도전했다가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에서 떨어지는 고배를 마신바 있다.

하지만 한인사회는 당을 보지 않고 사람을 봤다. 물론 부인이 한인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한인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에 탈락 뒤에도 한인사회는 계속해서 그를 도왔다.

그 결과가 이제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한인사회를 위해 일할 만한 정치인이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지지표명하고 도왔으면 좋겠다.

양쪽 다 밀고 돕다가, 당선되는 쪽으로 가 달라붙어 '한자리' 얻어 먹으려는 식의 선거운동은 이제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좀 더 성숙된 미국 내 한인사회의 선거문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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