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 (이하 정윤회 문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이 문건의 가려진 내용들이 잇따라 언론에 공개되면서 문건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새누리당 지도부·예결위원들과의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문건’을 ‘찌라시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로 거듭 쐐기를 박았지만, 문건이 이른바 ‘십상시’ 회동 동석자의 제보로 작성됐으며, 정윤회 씨가 김기춘 비서실장 외에도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덕중 당시 국세청장의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내용이 문건에 담겨 있다는 새로운 보도가 나오면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다.
◇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실은?
이를 두고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언론 제보자로 알려진 회동 동석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세계일보에 제보한 인물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관천 경정(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 행정관)이 지목됐다. 그러나 검찰은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처음 제보를 받고 박 경정이 문건을 작성했다고 보고 두 사람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청장이 실제 모임에 참석하거나 현장을 목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박 경정에게 관련 내용을 제보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박 경정은 지난 4일 검찰에 출석해 “모임에 실제 참석한 평소 신뢰하는 제보자로부터 첩보를 입수했다. 문건 내용은 신빙성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건 유출은 자신이 아닌 제3자라며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 경정은 또 검찰조사에서 문제의 '정윤회 동향 문건'이 '비서실장 교체설'의 진원지를 파악하라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와대는 8일 “사실무근”이라며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일부 언론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윤회 동향 문건 내용 중 검게 가려져 있던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축출, 김덕중 전 국세청장 경질 지시’ 의혹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세계일보는 이 문건에 검게 칠해진 단락에 "이정현은 근본도 없는 놈이 VIP(대통령) 1명만 믿고 설치고 있다. VIP의 눈밖에 나기만 하면 한 칼에 날릴 수 있다. 안 비서관이 적당한 건수를 잡고 있다가 때가 되어 내가 이야기 하면 VIP께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씌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8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세월호 댓글처럼 사실이 아닌 것들이 계속 부풀려서 보도되고 있다. 문건에 나온 내용 중에 사실인 게 무엇이 있느냐"고 일축했다.
김 전 국세청장에 대해선 ‘김 국세청장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 장악력이 부족하다’며 능력을 문제 삼았다는 대목이 있으며 '비리를 찾아 빨리 잘라야 한다'는 등의 충격적인 표현들도 사용한 것으로 적혀 있다.
또 문건 첫 장의 가려진 부분에는 “정씨가 지난해 7월 한겨레신문 기자와 만난 뒤 강원도 홍천 인근에서 은거했다” “지난해 작고한 송재관(고 육영수 여사의 사촌동생) 전 어린이회관 관장의 처조카인 김OO씨가 ‘정씨를 만나려면 7억원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며 정씨와 친분을 과시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정윤회 동향 문건‘에 담긴 내용이 대부분 현실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 전 수석은 지난 3월부터 ’차출설‘이 나오더니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으며, 김 전 청장은 7월에 돌연 교체됐다.
검찰은 일단 문건 작성 경위와 배경, 문건 유출 쪽에 무게를 두고 모임 관련자들의 휴대폰 통화내역, 위치 추적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이르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주 내 ‘십상시 모임’은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황교안 법무장관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문건의 성격에 대해 "수사 대상으로, 결론 난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청와대 인사개입 논란까지....진실게임 양상으로
하지만 ‘정윤회 문건’ 파문과는 별개로 박 대통령이 승마협회 감사를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교체를 지시했다는 보도에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이를 시인한데다 설상가상으로 청와대가 공기업과 민간재단 인사까지 개입했다는 보도도 잇따르면서 이 역시 청와대가 나서서 해명해야 할 문제로 꼽히고 있다.
박 대통령은 문체부 국과장 교체에 대해 조윤선 정무수석을 통해 “체육계 비리가 사회적 문제가 돼서 이를 없애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민간재단인 세종재단 이사장에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청와대가 내정통보한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함구하고 있다.
재단 내부 문건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9월 3일 재단 측에 "이것은 박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일"이라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재단 이사 상당수가 청와대의 내정 통보에 반발했지만 박 전 수석은 결국 이사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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