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30분.’
19일 오후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 등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진들과 만나는데 할애된 것으로 알려진 시간이다.
1박 2일의 숨가쁜 일정 가운데 모디 총리는 국내 기업 사업장으로는 유일하게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선택했으며,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권 사장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한·인도 CEO포럼’ 참석도 포기하고 울산 본사에서 모디 총리 맞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8일 인도를 방문한 정의화 국회의장과의 만남에서 “인도는 해변이 2500㎞로 조선업 발전 여지가 크다. 조선 산업에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이 인도 조선업에 투자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은 모디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부흥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통해 키우려는 핵심산업 가운데 하나다. 인도는 수주량 기준 세계 7위권 조선국가지만 한국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12억 인구대국이자 엄청난 해양 물동량에 따른 해운산업 규모에 비해서는 낮은 규모이며, 선박 건조 기술력도 낮다. 오히려 낮은 인건비와 환경 규제가 약하다는 점을 이용한 선박해체산업이 발달해 있다.
길거리에서 인도식 홍차를 팔던 천민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세 차리 구자라트 주지사를 지내며 총리에 오른 모디 총리는 역대 어느 인도 총리보다 인도국민들 대다수가 겪고 있는 ‘찌든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을 것이다.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해 모델로 삼을 나라가 어디인가를 자문한 결과 답을 한국에서 찾기로 했다는 그는 교육의 수혜도 받지 못한채 카스트로 제도의 높은 벽에서 허덕이는 밑바닥 국민들에게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줘야 생각했고, 이에 부합되는 것이 조선산업이라는 것이다.
조선산업은 거대한 선박을 지어야 하는 만큼 규모가 크고, 자동화가 많이 진행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만명의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많은 협력회사가 있어야 하며, 철강 등 기자재를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경제의 파급효과도 크며 조선소가 소재한 지방자치단체는 조선산업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독일, 중국과 브라질, 필리핀, 베트남 등의 국가들이 경제개발을 위해 앞 다퉈 조선산업을 키운 이유다.
특히, 모디 총리가 울산조선소 내에서도 특히 보고 싶은 곳은 기술교육원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창업을 앞두고 창업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조선소에서 일할 수많은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1972년 조선소내에 훈련원(현 기술교육원)을 설립했다. 훈련원이 세워지자 전국 각지에서 기술을 배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훈련원 출신들은 단기간에 배운 기술을 현장 경험을 통해 숙달시켰고, 이를 축적시켜 우리나라를 세계 1등 조선 산업국으로 만들어 지금의 현대중공업을 만들었으며, 현대중공업을 떠나 우리나라 산업현장 곳곳으로 간 훈련원 출신들은 한국 제조업, 나아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모디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인 인도 국민들이 미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려면 교육 기회를 넓히고, 고용을 늘리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현대중공업에서 조선산업을 통해 정 명예회장은 어떻게 자신의 고민을 해결했는지 해법을 보고 싶을 것이다.
한편, 모디 총리는 울산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서울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한국 재계 CEO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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