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독일이 통일 25주년을 맞은 가운데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동·서독 통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난민 통합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가우크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독 25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독일은 다양성을 가진 민주사회라며 25년 전 통일 당시처럼 난민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같은 언어 사용권이자 유사한 문화를 갖고 있었음에도 통일 과정에서 동·서독 사이에 놓였던 장애물을 극복했던 노력이 난민 수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우크 대통령은 동독 인권목사 출신이다.
가우크 대통령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 생활양식이 공존하는 국가가 바로 독일"이라면서 보편적인 인권, 종교 자유, 여성과 동성애자의 성 평등 같은 독일의 가치를 예시하고 "이들 가치의 수호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도 지난 1일 구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 주 할레에서 열린 통독 25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난민 위기는 세계가 함께 나서서 해결할 문제로 시간과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그 역시 "독일 통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닥친 난제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고 성공적 위기 대응을 낙관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내놓은 주간 팟캐스트 방송에서도 유럽연합(EU)이 제 몫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각 회원국은 대외 국경을 잘 보호하고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독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1500여 명 가운데 난민도 30명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독 기념일 행사는 매년 순번제 연방상원의장 주의 도시에서 열리는데, 올해에는 헤센주에서 열렸다. 헤센주의 주정부 연정 세력은 다수 기독민주당(CDU)과 소수 녹색당으로, 이 두 정당은 대체로 난민정책에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작년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 기념식 때 참석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나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같은 진정한 통일 주역은 건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독일은 일요일은 4일까지 통독 자축 분위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경계를 넘어'라는 모토를 내건 이번 축제 기간 프랑크푸르트 현지 마인강 다리 25개에선 빛 축제와 불꽃놀이가 열려 통독 25주년을 기념한다. 헤센주 당국은 록 콘서트 등 수백 개 이벤트가 펼쳐져 축제 기간에만 관광객 150만 명이 다녀갈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난민 위기에 폭스바겐 배출가스 사태까지 겹쳐 예년과는 다르게 크게 들뜬 분위기가 조성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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