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주요 20개국(G20) 경제 수장들이 애플·구글 등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는 이른바 '구글세' 도입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다국적 기업이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있는 자회사로 수익을 이전해 세금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가 각국에서 도입될 전망이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8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업무 만찬 자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2년에 걸쳐 논의한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대응 방안을 승인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법인세가 높은 A국가에서 거둔 수입을 지식재산권 사용료나 경영자문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법인세가 낮은 B국가로 넘겨 신고하는 식으로 절세해 왔다.
이렇게 감소하는 법인세가 매년 전 세계 법인 세수의 4∼1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자 G20는 기업이 실제로 활동하는 국가에서 과세하기로 하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 BEPS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대응 방안은 다음 달 터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의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된다.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은 내년 세법 개정안부터 BEPS 대응 방안을 단계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이날 G20는 OECD와 함께 각국이 BEPS 대응 방안을 어떻게 이행하는지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BEPS 대응 방안이 국제조세개혁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각국의 신속한 대응 방안 이행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조세 회피에 악용되는 국제조세제도의 허점을 없애려면 G20·OECD 회원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이 BEPS 대응에 참여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 등 변화하는 환경을 악용한 조세회피 대응이 아직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G20 경제 수장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논의를 시작한 금융규제 개혁안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달 터키 G20 정상회의 때까지 글로벌 대형은행의 '손실흡수능력 규제안(TLAC)'이 마련된다.
TLAC는 글로벌 대형은행이 문을 닫게 되는 상황에 이를 경우 필요한 손실흡수자금을 사전에 보유하도록 해 공적자금 투입을 막는 장치다. 부실 대형은행을 세금으로 구제하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관행을 막기 위한 것이다.
내년 G20 의장국인 중국은 급격한 자본이동과 금융불안에 대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주요 논의 과제로 가져가기로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