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중국 금융리스회사들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금융리스회사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은 가뜩이나 과잉인 선복량(선박의 적재량)을 늘려 해운경기 침체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3일 세계적인 해운업 전문 일간지인 로이드리스트 (Lloyd‘s List)에 따르면 최근 일부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중국 금융리스회사를 통해 선복량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들은 장기화되는 업계 불황에 해운사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으며, 일부 금융기관은 완전히 해운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경색 위기에 처한 일부 업체는 중국 금융리스회사를 자금조달 및 선복량 확보의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금융리스회사를 통한 자금조달은 은행 대출보다 비싸지만, 여러 면에서 해운회사가 선호하고 있다. 높은 커버리지 비율과 함께 금융리스회사를 통한 선박 리스는 대차대조표상에 나타나지 않아, 기업의 부채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비교해 금융리스회사는 여러 면에서 자금조달 위기에 처한 기업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향후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금융리스회사들이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 수년간 중국 금융리스회사를 이용하는 글로벌 대형 선사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중국 5대 국영은행인 민생은행의 리스 사업회사인 민생금융리스(MSFL)와 세계 2위 해운선사인 스위스 MSC가 체결한 4억215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 대표적이다. 당시 MSFL은 우리나라 대우조선해양에 1만84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세 척을 발주했다.
중국 국영금융기관인 중국공상은행(ICBC) 그룹의 리스사업회사인 공상금융리스(ICBCL)는 최근 영국 석유대기업 BP그룹의 해운사업회사인 BP쉬핑과 신조탱커 18척의 세일앤리스백(Sale&Lease back·매각 후 재용선) 거래를 체결했다. 거래액은 약 8억6900만 달러에 달한다. 신조선 준공 후 BP쉬핑이 10년간에 걸쳐 나용선하며, 수년간의 연장옵션이 포함됐다.
최근 ICBCL은 해운분야의 금융 리스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2위의 선주로 불릴 정도로 많은 해운 자산을 보유한 상태다. 현재 ICBCL이 보유한 해운자산은 4460억 위안이며, 리스 사업의 80%는 해외시장에서 거래된 것이다.
ICBCL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해외 선사들이 우리 회사에 연락을 취해오고 있다"면서 "해외 은행들이 자금지원을 줄이면서 중국 금융리스회사는 최선의 자금조달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국 교통은행 산하 금융리스업체 또한 최근 굵직굵직한 계약을 체결하며 보유 해운자산을 늘리고 있다. 이 금융리스업체가 보유한 해운자산은 지난 2012년 80억 위안에서 현재 200억 위안으로 늘어났다. 이미 내년 50억 위안 규모의 새로운 계약건도 확보한 상태다.
해운업계에서는 중국 금융리스회사의 지속적 유동성 공급이 선복량을 늘리면서 수년간 이어져온 해운업 경기침체 흐름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에 이어 내년 1분기까지 선복량 공급이 물동량보다 많은 공급과잉 상황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운임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해운업계의 불황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