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등' 뜻밖의 박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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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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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등'에서 비운의 수영 천재 광수 역을 열연한 배우 박해준이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뜻밖이다. 똑 부러지게 대답하고, 칼같이 정리할 거라 짐작했는데 수더분한 얼굴로 웃기만 한다.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대답 뒤엔 멋쩍은 웃음이 따라붙고 난감한 질문에는 눈에 띄게 고민 중인 내색을 하는 이 남자. 멀끔한 얼굴 뒤, 수더분한 면면들 사이에서 천상 배우라는 인상을 받았다. 배우 박해준(40)의 이야기다.

4월 13일 개봉한 영화 ‘4등’(감독 정지우·제작 정지우필름·제공 배급 ㈜프레인글로벌·배급 CGV아트하우스)은 재능은 있지만 만년 4등인 수영 선수 준호(유재상 분)가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새로운 수영 코치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4등'에서 비운의 수영 천재 광수 역을 열연한 배우 박해준이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100% 만족하는 영화예요. 찍을 때도 그랬죠. 배우들과 감독님의 호흡이 아주 좋았어요. 완성도 면에서도 훌륭하죠. 메시지도 명확하고 생각과 질문을 많이 던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느 주연배우가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없겠느냐마는 박해준의 ‘4등’ 사랑은 그야말로 각별했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김없이 눈이 빛났고 또 자신감으로 점철된 단어들이 쏟아지곤 했으니까.

“우리 영화는 판타지는 부족할 수 있지만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이야기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모든 캐릭터에 정이 갔죠.”

이번 작품에서 박해준은 수영코치 광수 역을 맡았다. 광수는 16년 전 아시아 신기록까지 달성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아시아게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비운의 수영선수다.

“광수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에요. 하지만 타고난 재능을 가졌다고 다 성공하란 법은 없죠. 또 기고만장하면서 자유로운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반성이나 뉘우침도 없어요. 그런 이유로 광수는 밖에서 보면 실패한 인생이지만, 본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영화 '4등'에서 비운의 수영 천재 광수 역을 열연한 배우 박해준이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안하무인의 천재. “어르신들이 본다면 혀를 끌끌 차겠지만” 박해준은 광수에게 연민을 느꼈다. 마음속 잔여물처럼 남은 연민은 광수라는 인물을 더 입체적이고 고운 결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모든 등장인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은 영화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단순히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뉘지 않은 ‘4등’ 속 어른들은 아주 보통의 어른들과 같았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점들을 찾아가고 싶었어요. 폭력에 대해서도 어떤 부분에는 상당히 무감각하잖아요. 영화 속에도 이 부분이 큰 주제로 다뤄지죠. 결함이 있을 뿐 나쁜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아주 평범하고 보통의 사람들이잖아요. 그 속에서 보이는 무감각한 상태와 대물림되는 폭력을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주고 싶었어요. 무감각해진 것들을 인지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죠.”

무감각해진 모든 것들. 박해준 역시 “무감각하게 보내왔던 것”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 속 어른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지와 무감각한 것들을 직면하고 아픔을 끌어안으면서. 그는 영화 속 모든 어른과 자신이 닮아있고 때문에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기질적으로는 광수와 닮은 것 같아요. 삶에 대한 것은 지극히 평범한 준호 아버지와도 닮아있죠. 저 역시 여러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면면들에 극 중 인물들의 모습들을 조금씩 담고 있죠.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감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4등'에서 비운의 수영 천재 광수 역을 열연한 배우 박해준이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낙낙하고 느슨한 태도. 그야말로 ‘어른 냄새’가 물씬 나는 박해준은 욕심을 덜어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는 작품을 선택하는 그의 태도와도 직결됐다.

“최고에 대한 열망은 없어요. 때때로 잘 되는 배우들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요. 하지만 그 역할을 제가 했다고 잘 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아요. 분명 아닐 거거든요. 하하하. 심지어 제가 맡았던 역할도요. 천 과장(드라마 ‘미생’)을 지금 한다고 그때의 느낌이나 감정이 나올 수는 없을 거예요. 1분 1초마다, 끊임없이, 계속…. 모든 것은 바뀌어요. 이미 영화는 개봉했고 지나온 캐릭터들은 그걸로 끝이에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거죠. 다시 만들 수 없고 따라 할 수 없어요. 저조차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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