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이용객 수를 늘리기 위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지만, 지자체와 상인 간의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곳도 많다. 서울시 중구 황학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시장 역시 이 같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인들의 인심 좋은 웃음 뒤에는 왠지 모를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
◆ 상인들 내모는 현대화 사업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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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황학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시장. [사진=연찬모 인턴기자]
고개를 돌릴 때 마다 새로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더운 날씨에도 연신 호떡을 부치는 사람들과 장어를 굽는 사람들. 다른 한 켠에선 큼지막한 고깃덩이를 손질하고 채소를 다듬는 손길이 분주하다.
지난 10일 찾은 서울중앙시장의 모습은 여느 재래시장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한때 한양 3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커다란 규모를 자랑했다는 한 상인의 말을 머릿속에서 되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름 있는 시장들 전부 예전에는 명함도 못 내밀었어. 서울에 있는 시장이라고 하면 중앙시장, 남대문 시장, 동대문 시장 딱 3군데만 알면 됐지. 역사가 깊은 만큼 많은 일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옛날이야기일 뿐이야.”(상인 조현태씨)
지난 1962년 개설된 이곳은 1946년 당시 성동시장으로 불리며, 서울에서 소비되는 미곡과 채소의 70%가 거래된 서울 최대 도매시장 중 하나다. 현재에는 중앙통, 닭(해물)부, 돈부산물(정육)부, 미곡부, 가구부, 포목부, 청과부, 식자재부, 보리밥부 등 총 9개 구역으로 조성돼 있으며 600여개 상점 중 약 60% 이상이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앙시장 지하에 위치한 신당창작아케이드를 비롯해 인근에는 떡볶이 타운, 곱창거리, 만물시장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자리해 있지만 점차 줄어드는 방문객들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미곡상을 운영하는 김종연(57)씨는 "하루에도 수천명의 방문객이 오고 갈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컸던 만큼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며 "갈수록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줄어드는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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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내부 전경[사진=연찬모 인턴기자]
상인들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상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으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에 따르면 관할 지자체인 서울 중구청 측은 시설 현대화 사업을 위해 기존 점포와 노점의 크기 및 위치에 제한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중앙통로 양 끝에 위치한 점포·노점들의 면적과 높이를 동일화하고 노점만을 운영 중인 일부 상인들은 중앙으로 이끄는 등 환경개선 사업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시장 통행로를 확대하고 미관을 개선해 방문객 유치에 중점을 둔다는 입장이지만 상인들의 반발은 거세기만 하다.
포목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말로는 방문객들을 증가시켜 시장 발전에 나서겠다지만 사업이 진행되면 정작 상인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며 “전통시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는 지자체가 오히려 시장의 근간인 상인들의 자리를 뺏고 있다”고 토로했다.
점포 및 노점의 규격화로 인한 축소 운영뿐만 아니라 몇몇 상점들은 수십 년간 지켜온 자리를 내어주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특히 해당 지자체에서는 각 상점들이 일정 주기마다 자리를 옮기며 장사한다는 내용 등의 비효율적인 방안들만 제시하고 있어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순오 중앙시장 상인연합회 회장은 “오랜 전통을 지닌 우리 시장이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굉장히 안타깝다”며 “연합회 차원에서도 방문객 유치를 위한 별도의 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상인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시장 발전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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