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빙그레 제공]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 직장인 박모씨(32)는 빙그레 꽃게랑 마니아이다. 꽃게랑이 동갑인 데다가 어렸을 적부터 먹었던 짭짤한 맛에 익숙해 성인이 되어서도 가끔 집에서 술안주로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집 근처 슈퍼나 편의점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박씨는 대형 할인점 몇 군데를 돌아다녀서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오랜된 과자를 종종 찾는 소비자들이 있지만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없다는 후기들이 눈에 자주 띈다. 빙그레의 경우 쟈키쟈키와 꽃게랑, 베이컨칩 등 장수 브랜드들이 많아서 이 같은 민원에 더욱 익숙한 편이다.
16일 빙그레에 따르면 이 같은 구매 민원의 원인은 판매의 과정이 위탁형식이기 때문이다. 현재 꽃게랑은 생산과 마케팅은 빙그레에서, 영업과 판매는 크라운해태에서 담당하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2012년부터 빙그레의 스낵 판매대행을 맡고 있다. 크라운제과가 빙그레 스낵류인 꽃게랑, 쟈키쟈키 등을 사들인 후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빙그레는 판매망 구축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스낵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비용 소모를 줄이는 동시에 제과업계 우군 확보라는 1석2조의 선택을 한 셈이다. 다만 판매처 진열 과정에서 빙그레의 제품이 다소 구석으로 밀려날 소지도 있다.
빙그레가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 꽃게랑은 장수브랜드로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2000년대 초반, IMF로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당시 상온사업의 두 축이었던 라면사업은 정리를 했고 스낵사업은 삼양식품에 위탁 판매를 하게 됐다.
그러다 다시 빛을 보게 된 건 러시아에서다. 러시아 내륙 지역의 경우 해산물이 매우 귀한데 꽃게랑에 함유된 꽃게 액기스가 꽃게의 진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당시 부산항을 드나 들던 러시아 선원들이 귀국할 때 몇 박스씩 사가곤 했는데 금새 러시아에 입소문이 퍼져 큰 인기를 얻게 돼 정식 수출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한 때 연간 수출액 100억을 넘던 꽃게랑은 러시아 경제가 침체되며 환율이 폭락하자 다시금 위기를 맞았다.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만큼 환율폭락은 치명적이었다. 오래된 장수브랜드를 한 번에 내칠수 없는 빙그레는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절감의 카드를 꺼냈다. 이 때문에 위탁판매 시스템이 자리잡게 된 것.
빙그레에서 꽃게랑 개발을 담당해 온 식품연구소 박현석 부장은 “국내 스낵 제품 중 꽃게랑 만큼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제품도 흔치 않다”며 “30여년된 장수 제품이지만 소비자들에게 항상 새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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