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황제 장기집권 로드맵…당정일체·내부통제·국방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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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3-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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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권후 연임제한 철폐 개헌 준비 나서

  • 양회 통해 권력기반 공고화 작업 박차

  • 친위세력 방어벽 구축, 사회통제 강화

[그래픽=이재호 기자]


11일 헌법개정안 통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연임 제한 없이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취임 직후부터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을 전개해 왔다. 특히 대대적인 반부패 사정 작업으로 정적 제거에 성공하자 집권 2기 진입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고위직 인선과 국가기구 개편을 통해 당·정·군의 완벽한 장악, 내부 통제 강화, 강군몽(强軍夢) 실현 등 시 주석의 권력 유지 로드맵을 완성하는 마지막 절차가 되고 있다.

◇측근 동원해 당·정·군 장악, 리커창 포위

이번 개헌의 근거는 형평성이다. 연임이 2회로 제한되는 국가주석과 연임 제한이 없는 공산당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임기 규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장웨이웨이(张维为) 푸단대 중국연구원장은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을 한 사람이 맡는 것은 중국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좋은 방안"이라며 "공산당 당장(黨章)에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이 없는 만큼 개헌을 통해 3자를 일치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의 연임을 제한하는 방향의 당장 수정이 아닌 국가주석 연임 규정을 없애는 개헌을 선택한 것에서 장기 집권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뿐 아니라 정부와 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국가부주석으로 발탁되면서 명예직에 가까웠던 부주석이 핵심 요직으로 변모했다. 왕 전 서기는 중국의 대외 정책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끄는 국무원 힘 빼기도 눈에 띈다. 양회 기간 중 국가기구 개편이 완료되면 국무원 산하 부처는 기존 27개에서 19개 수준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시 주석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류허(劉鶴) 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경제담당 부총리로 사실상 내정되면서 그동안 경제 사령탑 역할을 했던 리커창 총리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군부의 경우 리줘청(李作成) 상장(대장)이 지난해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한 데 이어 웨이펑허(魏鳳和) 상장의 국방부장(장관) 기용 가능성이 높은 데 모두 시진핑계로 알려져 있다.

7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게 된 리잔수(栗戰書)는 시 주석의 친위세력인 '시자쥔(習家軍)'의 일원이며 정협 주석으로 내정된 왕양((汪洋)도 시 주석과 가깝다.

시 주석이 당·정·군을 완벽하게 틀어쥐게 된 모양새다.

[그래픽=이재호 기자]


◇권력유지 위한 사회통제 강화 

개헌안은 '당의 영도를 견지하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창도(앞장서 주장하고 이끌어 나감)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시 주석과 공산당의 권력 유지를 위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데, 이를 위한 예산 지출도 천문학적이다.

지난해 공안·검찰·교도소 운영과 인터넷 검열, 소수민족 동향 파악 등에 지출된 국내 안보 예산은 1조2400억 위안(약 209조원)으로 전년보다 12.4% 증가했다.

이 예산은 시 주석 취임 첫 해인 2013년 7790억 위안에서 2014년 8360억 위안, 2015년 9380억 위안, 2016년 1조1030억 위안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국가안전부와 국가기밀국, 국가기밀관리국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기밀총국 설치안이 거론되는데 국내 안보 담당 기관을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국가감찰법에 기반한 국가감찰위원회 설립도 사회 통제 강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공산당원의 부패 혐의를 조사하는 중앙기율검사위와 일반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국무원의 감찰 기능을 합친 거대 사정 기구다.

중국 정치권에서 여전히 큰 계파를 형성 중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상하이방에 대한 견제와 사정 작업의 전면에 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감찰법 제정안에 대한 표결은 양회 마지막 날인 20일 이뤄진다.

◇대외적 군사력 과시 행보 이어질 듯 

전인대가 개막한 지난 5일 발표된 올해 국방 예산은 전년보다 8.1% 증가한 1조1069억 위안(약 190조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1%포인트 안팎 높은 수치다.

장예쑤이(張業遂) 전인대 대변인은 "중국의 국방예산 수준은 국내총생산(GDP)이나 재정지출 대비 비중, 1인당 지출 측면에서 미국 등 주요국보다 낮다"며 "중국이 다른 나라에 위협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국방 예산에는 무기 연구개발(R&D) 비용이나 무장경찰 운영 비용 등이 누락돼 있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발표액보다 실제 예산이 1.5~2배 정도 많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어쨌든 중국이 시 주석의 '강군몽'으로 대표되는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시 주석 집권 이후 대국외교를 지향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기 시작했고 그에 걸맞는 군사력 확보에 주력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 스텔스 전투기 양산, 첨단 레이더 체제 구축 등이 언급된다. 차기 국방장관으로 로켓군 사령관 출신인 웨이펑허 상장이 입길에 오르는 것도 미국에 맞설 미사일 전력 확보 차원이라는 게 중론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국방굴기 정책은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게 내부 지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기반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방 예산 증액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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