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결혼식’은 동화 같은 ‘러브 스토리’처럼 참신했고 파격적이었다. 이에 따른 영국의 경제 특수 효과도 어마어마했다.
전 세계인이 지켜본 영국 해리(33)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36)의 결혼식이 19일(현지시간) 런던 인근 윈저 성에서 성대히 거행됐다.
해리 왕자와 마클의 연애부터 결혼까지는 그 자체로 동화 같은 이야기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해리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으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다. 신부인 마클은 미국 법정 드라마 ‘슈츠(Suits)’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여배우다. 둘의 사랑이 화제가 된 건 마클의 배경이다. 마클은 세 살 연상에 이혼 경력이 있다. 또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의 흑백혼혈 미국인이다.
지난해 11월 약혼한 둘의 사랑은 단순히 왕자와 여배우의 호기심 어린 만남이 아니다. 해리 왕자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영향을 받아 자선구호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고, 마클은 성 평등과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활동을 펼쳐온 배우다. 둘이 함께 꿈꾸는 삶의 철학은 이날 결혼식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왕실 금기를 깨트린 파격적인 결혼식이었다. 마클은 시아버지 찰스 왕세자와 함께 입장했다. 이는 영국 왕실 결혼식에서 전례 없던 일이다. 마클의 아버지는 파파라치 사진 판매 논란과 건강상 이유로 이날 결혼식에 불참했다. 그의 곁은 어머니가 지켰다.
또 마클은 전통적인 복종 서약 대신 짧은 연설로 대신했다. 이날 설교도 성공회 최초의 흑인 주교(시카고)인 마이클 커리 신부가 맡았다. 커리 신부는 미국 흑인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설교를 인용해 “사랑이 가진 구원의 힘,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믿으세요”라고 의미 있는 덕담을 남겼다. 낡은 세상을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는 힘, 사랑에 대한 역설이었고, 보수적인 격식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영국을 향한 정열적인 메시지였다.
커리 주교의 설교가 끝난 뒤에는 흑인 위주로 구성된 약 20명의 합창단이 미국 소울 음악의 대표곡인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를 불러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또 흑인 최초로 BBC 방송의 ‘2016년 젊은 음악인’에 선정된 첼리스트 세쿠 카네 메이슨의 공연도 이어졌다. 메이슨은 마클이 직접 전화를 걸어 공연을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결혼식을 찾은 하객도 기존 영국 왕실의 결혼식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해리 왕자와 마클의 지인으로 구성된 약 600명의 초청자 명단에는 정치인이 철저하게 배제됐고,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유명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 테니스 스타 ‘흑진주’ 세리나 윌리엄스, 배우 이드리스 엘바, 가수 제임스 블런트 등 유명 인사들이 줄지어 찾았다. 해리 왕자의 전 여자 친구인 첼시 데이비와 크레시다 보나스도 결혼식장을 찾았으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등 정치 지도자들은 초청 받지 못했다.
이날 결혼식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클 전망이다. 결혼식이 열린 윈저 성 주변은 축하의 물결로 축제 그 자체였고, 이 결혼식은 BBC 등 전 세계 주요 방송사에서 생중계 돼 수백만명이 지켜봤다.
영국의 결혼정보사이트인 ‘브라이드 북’에 따르면 이날 결혼식 비용은 3200만 파운드(약 47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막대한 비용이 든 결혼식의 경제 특수 효과는 더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해리 왕자와 마클의 결혼으로 영국 경제에 10억5000만 파운드(약 1조5341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스’는 관광 수익으로 3억 파운드, 왕실 홍보 효과로 3억 파운드, 소매점 및 레스토랑 등 수익에 2억5000만 파운드, 패션 산업에 1억5000만 파운드, 기타 파생상품으로 5000만 파운드의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결혼 이후 서식스 공작과 공작부인의 호칭을 쓰게 된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약혼 이후 머물러 온 런던 켄싱턴 궁의 노팅엄 코티지에서 신접살림을 차려 계속 지낼 계획이다. 이곳은 방 2칸짜리의 작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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