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자동연장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의 실질적인 중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는 동시에 지소미아 카드가 경제적인 이유로 유효할 것이란 새로운 관점이 더해진 셈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4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에 경제전쟁을 촉발한 일본이 아이러니하게 지소미아 파기는 안 된다고 고집하는 이유는 자국 군사기술 보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는 정보교환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군사기술정보도 포함돼 있다"며 "한국은 지소미아를 체결한 2016년11월부터 일본의 군사기술을 가지고 무기를 만들거나 또는 산업용으로 전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호사카 교수는 설명했다.
호사카 교수는 "지소미아를 파기하게 되면 특허권과 저작권, 군사기술에 대한 보호 등도 같이 파기되기 때문에 일본이 두려워할 카드"라고 강조했다.
지소미아는 제3국에 정보를 넘기지 않겠다는 일종의 '보안 서약' 성격이 강하다. 이는 한·일 군사보호협정의 복사판인 미·일 군사보호협정 체결 과정과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은 미국과 2007년 8월 미·일 군사정보보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2005년부터 일본에 대해 미·일 군사정보보협정 체결을 압박했다.
호사카 교수는 "미국이 일본에 이 협정 체결을 요구한 이유는 미·일 간에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대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며 "당시 일본 정부는 미국의 통제로 인해 일본의 산업발전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지소미아 체결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은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 관계자에 의해 MD 체제 구축과정에서 해상레이더 관련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재발방지 차원에서 비밀보호협정이 필요해 일본을 강하게 압박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지소미아 재검토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소미아는 상호 군사 협약을 통해서 중요한 정보와 전략, 전술을 상호 교환하자는 것인데,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는 한국을 배제했으면서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것은 이중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그 다음 빼내들 카드가 없다. 협상은 없고 한국 정부가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막다른 길에 내몰릴 것"이라며 "일본이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에 관심이 없다'는 책임론을 내세우고 미국이 이에 동조해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철저한 상호주의가 원칙이다, 가치도 대등한지 따진다"며 "상징적 연결 고리라는 의미가 강하지만 파기되면 미국의 역풍이 우려되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에 대해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이 한·미, 미·일 각각의 양자동맹을 맺고 있고 이것을 3자 고리로 연결해서 한·미·일 안보협력 등의 힘이 극대화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의 괘씸죄를 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 측도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일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검토에 대해 "공유하는 정보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소통 채널을 파괴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데니스 블레어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이날 "한국과 일본 간 군사정보 교환 채널을 없애버리는 것은 끔찍한 실수"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지소미아는 안보 분야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왔다"며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할 일은 확실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2016년 11월 23일 일본 정부와 지소미아를 체결했다. 이는 일본과 맺은 최초의 군사 분야 협정으로, 해당 협정의 제21조 제3항에 따라, 협정은 1년 동안 유효하며 한 당사자 측이 종료 의사를 90일 전에 서면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씩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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