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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중국인들이 위챗(왼쪽)과 웨이보에 단 댓글. [사진=위챗·웨이보 캡처 ]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자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도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주목하고 있다.
일부 언론이 중국 책임론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한국에 대한 지원에 나서자는 다소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23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언론은 한국의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신속히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한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123명 증가해 전체 확진자 수가 556명이 됐다"며 "전날에도 확진자가 229명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인파가 밀집하는 행사는 잠정 중단하기를 바라며 방역 작업을 방해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내용도 소개했다.
남방도시보 등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후베이성 우한이 최대 피해 지역이 된 것처럼 한국에서도 대구와 경상북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신천지 교회와 경북 청도의 대남병원을 통해 집단 감염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 내 확산 동향을 비교적 상세히 전했다.
남방도시보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과 명확한 연계가 없는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며 코로나19가 중국으로부터 직접 전파되는 단계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중국인들은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위챗 단체방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서는 관련 보도 내용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한·중·일 3국이 전염병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빗대 "삼국연의(三國演疫)가 벌어지고 있다"는 댓글을 남겼다.
삼국연의(三國演義)의 의(義)와 전염병을 뜻하는 역(疫)의 중국어 발음이 같은 점을 활용한 조어다.
제2의 우한을 보고 싶지 않다며 한국이 방역에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초동 대처 실패를 꼬집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웨이보 사용자는 "사회주의와 달리 자본주의는 도시 봉쇄 등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며 "초기에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국 보건 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대중 집회를 강행한 사례 등을 언급하며 한국 내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위챗 사용자는 "한국에 대한 지원에 나서자"고도 주장했다. 중국 내 확산세가 다소 주줌해진 데 따른 안도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48명 증가해 나흘 연속 1000명 이하를 유지했다.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의 신규 확진자는 18명에 불과했고, 수도 베이징의 경우 관련 통계를 집계한 뒤 처음으로 확진자가 추가되지 않았다.
다만 매일 100명 가까운 신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후베이성의 한 70세 남성은 무려 27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지난 19일 첫 증상이 나타났고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당국이 시행 중인 14일의 격리 기간을 훨씬 넘어서는 잠복기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방역 정책을 수립하는 데 혼선을 초래할 수도 있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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