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식 공룡들 '라멘'에 꽂혔다…고물가 속 고수익·M&A로 판도 재편

  • 쌀값은 기록적인 고공행진, 밀가루는 안정... 라멘 '1000엔 벽' 깨지며 이익률 급등

  • 나고야 등 '블루오션' 공략 가속, 한계 다다른 중소 점포 매수로 덩치 키우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에 있는 라멘 가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외식 기업들이 라멘 사업을 차세대 수익 기둥으로 삼고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규동(소고기 덮밥)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적인 외식업체 요시노야홀딩스(HD)와 마쓰야푸즈HD 등은 기존 주력 사업인 규동이 ‘디플레이션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가격 인상이 어려운 것과 달리, 라멘은 이른바 ‘1000엔(약 9440원)의 벽’이 무너지며 수익성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요시노야HD는 오는 2029년까지 ‘라멘 제공 그릇 수(판매량)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현재 ‘세타가야’ 등 5개 라멘 브랜드를 통해 운영 중인 125개 점포를 500개까지 늘려 매출 400억 엔(약 3777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쓰야푸즈HD 역시 유명 츠케멘 브랜드 ‘로쿠린샤’의 운영사를 인수하고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며 라멘 점포를 130개까지 확대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 추이의 뚜렷한 대비가 자리 잡고 있다. 쌀값은 기록적인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반면, 면의 원료인 밀가루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식업계는 평균 가격이 450~500엔대에 머물러 있는 규동보다 라멘이 가격 전가(인상)가 수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요시노야 관계자는 “규동은 가격 인상 시 고객 이탈이 민감하지만, 라멘은 도시 지역에서 한 그릇에 1000엔이 넘는 것이 일상화되어 높은 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은 이제 내수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정식 체인 ‘야요이켄’을 운영하는 프레너스는 2024년 라멘 브랜드 ‘KAYAVA.’로 미국 시애틀에 진출해 현재 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프레너스는 지난해 7월 도쿄 주오구 가야바초에 ‘KAYAVA. 총본점’을 열고 미국 내 점포 확대를 위한 운영 노하우 축적과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레너스 측은 “뉴욕 등과 비교해 시애틀은 라멘점 간 경쟁이 적고 성장 여력이 크다”며 시애틀을 중심으로 미국 내 출점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시장의 한계를 넘기 위한 신시장 개척과 영토 확장도 거세다. 그동안 유명 라멘 브랜드의 ‘공백지’로 여겨졌던 나고야 시장이 대표적인 타깃이다. 최근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점포들이 잇따라 나고야에 진출하며 연일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라멘 관료’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라멘 전문가 다나카 가즈아키는 “오사카와 교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상대적으로 출점 여력이 남은 나고야가 매력적인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소규모 개인 점포의 위기는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음식점 도산 건수는 900건으로 과거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대부분이 부채 5000만 엔 미만의 소규모 업소였다. 원가 상승과 인력 부족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사업 승계나 폐업 대신 기업에 매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마노 히데오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라멘 가격의 심리적 저항선인 ‘1000엔의 벽’이 깨지면서 독자적인 조달망과 코스트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M&A 등을 통해 라멘 사업을 확장하는 흐름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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