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더 이상 폐가 아니다. 정상인의 폐는 공기를 머금은 스펀지 같지만 코로나19로 사망한 부검 환자의 폐는 더 이상 사람의 폐로 볼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중국 환자를 처음으로 부검한 중국 의료진의 말이다. 코로나19에 걸리면 일명 '폐 섬유화'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인터넷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각종 인터넷 포털과 SNS 상에서는 "코로나19는 절대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병이 아니다.", "한번 걸리면 폐가 90%이상 망가져, 완치되더라도 평생 10%의 폐로 살아가야 한다." "코로나19에 걸리면 미세먼지가 조금만 있어도 밖으로 나오기 힘들고, 새집 증후군, 달리기 등은 꿈도 못꾼다." 등의 정보가 확대 재생산 되고있다.
폐 섬유화는 폐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현상이다. 폐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이다. 폐 섬유화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보면 폐 조직이 벌집 모양으로 엉켜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폐벽이 두꺼워져 혈액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이 폐렴이기 때문에 폐 섬유화 가능성이 '제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폐섬유화 진행은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이는 코로나 계열 감염병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염호기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화상이 심하면 피부가 잡아당긴 것처럼 상처가 남듯 폐에도 심한 염증으로 인한 상처가 남는 현상"이라면서 "보통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오랜 기간 했을 때 나타나는데 인공호흡기로 60% 이상 농도의 산소를 주입하면 폐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폐 섬유화 진행 비율을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메르스와 비교해 덜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폐렴으로 엑스레이상 폐가 하얗게 변한 환자들을 놓고 보더라도 폐 섬유화까지 진행되는 사례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폐 섬유화는 위중한 환자에서 나타나는데 코로나19의 경우 대부분이 경증"이라며 "경증 환자들에서 폐 섬유화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교수)도 "기본적으로 폐 섬유화 자체는 엄청 드문 사례"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폐 섬유화에 대한 논란은 불안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중국 환자의 시신을 부검한 류량 중국 후베이성 사법감정협회 회장(화중 과기대 퉁지의학원 법의학과 교수) 역시 의견이 같다. 그는 한 언론을 통해 "(코로나19)검시 결과 신종 코로나의 폐섬유화와 폐경화는 사스보다 심하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염증으로 피의 성분이 맥관(脈管) 밖으로 스며 나오는 삼출성(渗出性) 반응은 사스보다 더 심했고, 이는 이번 부검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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