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사도 불안…유동성 위기 전 골든타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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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이보미 기자
입력 2020-04-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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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기업 35.2%가 빚으로 연명 '좀비기업'

  • 정책자금 선제투입으로 경제타격 줄여야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기업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의지할 곳 없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10대 그룹 계열사가 상당수 포함됐다. 대기업 그룹도 신용경색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대규모 신용등급 강등으로 신용경색이 본격화될 경우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 많은 국내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신용경색이 발생하기 전 '골든타임'에 시의적절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31일 금융권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최근 무더기로 기업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있다. 이 중에서는 중하위 기업뿐 아니라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OCI, LG디스플레이, LG화학, 롯데쇼핑, 두산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업황 악화로 인한 수익 창출력 저하와 동시에 그룹 전체의 지원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쇼핑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춘 한신평은 "역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롯데지주의 신용도 저하"를 감안했다고 평정했다. 롯데 외에 두산그룹 등도 유사한 평가를 받았다.

통상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기업은 돈을 빌리는 데 더 많은 이자비용을 지불해야한다. 등급마다 차이가 있으나 보통 신용등급이 한 노치(notch)
떨어질 경우 0.05%포인트 정도의 차입금리가 상승한다. 만약 투기등급으로 하락하게 된다면 0.1%포인트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조달금리 상승 수준이 아니라 아예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다. 코로나19로 인해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신용등급까지 강등된다면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그동안 빚으로 연명해오던 이른바 '좀비기업'에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018년 말 기준 국내 36만285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35.2%(약 12만7725개사)의 기업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1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해, 사실상 빚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한계기업은 애당초 채무상환능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 저신용등급이 많다. 이번 코로나19로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만 곳이 넘는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다면 이와 연관된 건전한 기업 역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정부에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 다행스럽다. 위기에 빠진 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58조3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3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활용했던 정책 방안이나 그때보다 그 규모가 훨씬 크다.

문제는 정책 자금이 시의적절하게 지원되느냐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까지 자금 집행이 늦어진다면 국내 실물경제에 큰 상처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좀비기업을 솎아내고 싶다 하더라도 신용경색이 본격화되기 전 골든타임에 적절한 금융·신용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규모 정책 자금이 조성됐으나 위기가 본격화된 다음 돈을 쓰기에는 부족한 규모"라며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 정책자금을 신속하고 유효하게 활용한다면 실물경제의 상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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