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와 부채, 갚아야 할 돈은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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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0-04-1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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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부채 절반 '연금 충당부채'가 차지…가정에 따른 미확정 금액

  • 공무원·군인 연금은 고갈… 정부, 노인 연령 기준 조정 등 추진

매년 기업들이 결산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처럼 정부도 한 해의 살림살이를 결산하는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이 국가결산보고서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감사원의 결산 검사를 거쳐 국회에 제출합니다.

2019 회계연도의 국가결산보고서는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습니다. 그런데 보고서가 나온 이후 언론 보도에선 나랏빚이 728조원이라고 하는데, 또 다른 기사에서는 부채가 1750조원에 육박했다고도 합니다.

◆2019년 나랏빚은 1700조? 700조?

두 금액은 모두 보고서에 등장합니다.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에서 지방정부를 포함한 '국가채무'는 전년 대비 47조2000억원 증가한 728조8000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2019년 재무제표에 따른 '국가부채'는 전년 대비 60조2000억원 증가한 174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한국이 진 빚은 얼마라는 걸까요? 또 국가채무와 국가부채는 왜 1000조원이 넘게 차이가 날까요?

먼저 채무와 부채의 개념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국가채무와 재무제표상의 부채는 포괄 범위, 인식 기준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국가채무는 국가재정법 제91조를 근거 법률로 공공기관 관리기금은 제외하며, 내부거래 제거 전 금액을 인식합니다.

반면 부채는 국가회계법 제11조를 근거로 21개 공공기관의 관리기금을 포함하고, 이들 기금의 차입금과 공채발행액을 반영합니다.

또한 부채는 인식 기준이 발생주의 방식을 따릅니다. 발생주의는 현금이 오가는 것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거래가 발생하는 시점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채무에는 반영하지 않는 연금 충당부채, 보증·보험 충당부채 등을 반영합니다.

국가채무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라면, 부채는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있는 비용까지 포함한 금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9년의 경우 반드시 갚아야 하는 채무는 728조원, 부채는 1743조원이라는 얘깁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선 나라별 부채 규모를 비교할 때 연금 충당부채 등은 제외한 '국가채무'를 사용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국가 중 12개 국가만이 연금 충당부채를 재무제표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군인·공무원 연금을 세금으로 낸다고? 연금 충당부채란···

국가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연금 충당부채입니다. 연금 충당부채는 향후 정부가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겁니다. 76년 이상의 초장기 기간을 추정한 금액이어서 천문학적인 규모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2019년 연금 충당부채는 944조3000억원이었는데, 이는 지금 당장 944조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비유는 자녀 양육비입니다. 아이를 낳아서 대학교에 보낼 때까지 1억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당장 1억원이 필요한 게 아닌 것처럼 연금 충당부채도 당장 모든 비용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또한 앞서 설명했듯, 연금 충당부채는 '가정에 따른 미확정 금액'입니다. 가정이 달라지면 그 규모 또한 달라집니다.

연금 충당부채는 2015년 660조원에서 2016년 752조6000억원, 2017년 845조8000억원, 2018년 939조9000억원으로 매년 수십조~100조원대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

2019 회계연도의 경우, 전년 대비 연금 충당부채가 4조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정부가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을 적용할 때 사용하는 장기재정전망의 기준을 변경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연금 충당부채는 미래에 수혜자가 받게 될 금액을 현재 가치로 계산하기 위해 임금과 물가를 가정해서 계산하게 됩니다. 앞으로의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이 낮아지면 필요한 재원도 줄어듭니다. 기재부는 물가상승률은 2.1%에서 2.0%로, 임금인상률은 5.3%에서 3.9%로 낮춰 적용했습니다. 장기재정전망 기준 변경으로 연금충당부채는 전년도 대비 96조2000억원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기존에 적용하던 장기재정전망은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을 과도하게 전망해 현실과 맞지 않아 이를 조정했다고 합니다. 2016년과 2017년, 2018년 기재부는 물가상승률 전망을 2.5%로 적용했는데, 실제 물가상승률은 각각 1%, 1.9%, 1.5%였습니다.

다만 장기재정전망 기준 변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기존의 2015년 장기재정전망을 적용하면, 연금 충당부채는 1040조4000억원으로 10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기재부에선 장기재정전망을 5년마다 갱신하기에 변곡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꼼수나 눈속임이 아니라 더 정확한 계산을 위한 작업이라고 해명했습니다. 2025년 장기재정전망을 사용하게 될 2024 회계연도에 또 한번의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2019년 이전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던 것은 할인율의 하락 때문입니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할인율이 하락하며, 부채의 현재가치가 오히려 증가하게 됩니다. 2019년의 경우도 할인율은 2.99%로 전년도의 3.35% 대비 하락해 이에 따른 증가분이 77조원에 달했습니다.

◆공무원·군인 연금은 이미 고갈··· 가장 큰 적은 '고령화'

944조원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연금 충당부채는 당장 갚아야 할 돈은 아닙니다. 그 규모보다는 향후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공적연금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국민연금 등 크게 네 가지입니다.

이 중 연금 충당부채에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만 포함합니다. 이는 연금 충당부채로 인식하기 위해선 국가가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무원과 군인은 국가가 고용 주체로 고용계약을 체결했기에, 국가는 근로자인 공무원과 군인에게 퇴직 후 연금을 지급할 의무가 성립합니다. 그러나 사학연금은 고용 주체가 사립학교이고, 국민연금 역시 고용 주체는 국가가 아닌 고용을 한 기관이어서 국가에 지급 의무가 있지 않습니다.

기재부는 실제로 지급하는 연금지출액은 공무원과 군인이 납부하는 기여금 등 연금수입으로 대부분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공무원은 월급의 9%, 군인은 7%를 기여금으로 냅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연금지출도 GDP 대비 0.94%로 OECD 평균인 1.5%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세금으로 일부를 보전하는 정부보전금 때문입니다.

공무원연금은 이미 1993년에 적자로 돌아서 2001년부터 적립금이 고갈됐습니다. 2001년부터는 정부 보전금을 투입하는 상황입니다.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정부 보전금을 받고 있습니다. 1960년 도입 초기부터 연금 수급자가 발생했기에 기금 조성의 기회가 없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19~2023년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 보전 규모는 2019년 1조6000억원에서 2023년 3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납니다. 군인연금 보전금도 2019년 1조5740억원에서 2023년에는 1조9147억원으로 늘어납니다.

연금 고갈의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입니다. 퇴직자가 더 오랜 기간 동안 연금을 받게 되면서 기금 고갈 속도가 빨라진 겁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6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을 논의했습니다. 논의 후에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범부처 인구 태스크포스(TF)가 만든 세 번째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노인 연령 기준 조정 등이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또한 기재부는 '2020~2065년 장기재정전망' 작업에 착수했으며 오는 8월 구체적인 결과를 발표합니다. 기재부는 △총수입·총지출 △국가채무 △국민·사학·공무원·군인연금 △산재·고용·건강·장기요양보험 재정 전망이 갱신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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