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화물터미널은 1989년 한국트럭터미널의 모회사이던 진로그룹이 조성했다. 당시 서울시는 도심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용산에 있던 시외버스터미널을 서초동 한국트럭터미널 자리(현 반포 고속버스터미널)로 옮기기로 하면서 진로그룹은 트럭터미널을 양재동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1987년 하반기부터 양재동에 9만6000여 ㎡의 부지를 확보해 터미널을 신축했다.
그러나 진로그룹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경영난에 빠지자 용지가 경매로 나왔다. 2004년 1월 경매를 통해 진로에 채권을 갖고 있던 한 회사에 넘어갔다. 이를 다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사들이면서 본격적으로 2조4000억원 규모의 파이시티 프로젝트(복합유통단지 조성)가 추진됐다.
2005년도부터 진행된 파이시티 프로젝트는 해당 부지에 연면적 75만8606㎡의 업무·연구·판매·물류시설 유치를 목표로 한 사업이다. 오피스 빌딩 2개 동과 터미널·물류센터 1개 동에 더해 쇼핑몰과 백화점·할인점을 입점시켜 코엑스를 능가하는 초대형 복합물류센터로 짓겠다는 구상이다.
파이시티의 시공사였던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으며 법정관리인이 출근길에 피습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우리은행 팀장 2명은 대출과 관련해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코건설에 대한 특혜 시비 등이 드러나 역대 최악의 로비 사업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파이시티는 과도한 차입금으로 2011년 1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여기에 서울시의 인허가 지연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성 악화로 결국 2014년 파산하면서 사업은 완전히 좌초되는 듯했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2016년 해당 용지를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시범 선정하면서 하림지주가 같은 해 계열사(NS홈쇼핑과 하림산업)를 통해 4525억원을 들여 해당 용지(9만4949㎡)를 매입했다. 같은 해 서울시는 해당 부지가 포함된 양재동과 우면동 일대를 연구개발(R&D) 혁신거점으로 설정했다.
하림은 당초 이 부지에 선진형 물류기지를 조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여기에 대규모 상가, 오피스텔 등도 입주시켜 종합유통센터로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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