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점상경제] ”40년 중국 경제 이끌었지만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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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0-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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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9년 개혁개방 당시 청년 취업난 해결책 '다완차 노점'

  • 마윈·류창둥 등 인터넷 기업 창업자도 노점상부터

  • 부작용도 심각... 中 당국 제동 나선 이유

‘노점상 경제’가 중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노점상 경제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에서 고용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언급하면서 급부상했다. 각 지방 정부가 노점 영업을 권장하는 등 노점상 경제 활성화에 열을 올렸고, 관련 주가도 연일 급등세를 탔다.

그런데 9일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과열된 노점상 경제 열기에 공산당중앙 선전부와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제동을 걸면서다.

도대체 노점상 경제가 무엇이길래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걸까.
 

리커창(가운데) 중국 총리가 지난 1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 노점을 찾아 노점상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사진=중국정부망]

◇40년 中 경제 발전 이끈 ‘노점상 경제’

노점상은 적은 자본으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 소비자 입장에선 노점상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음식과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지갑을 여는 부담이 줄어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국 청두(成都)가 노점상 경제를 활용했던 이유다. 청두시는 지난 3월부터 노점상 허용구역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했다. 그 결과 10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사실 이 같은 노점상 경제는 중국 경제 발전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시초로 여겨지는 건 개혁개방 직후인 1979년 공무원이었던 인성시(尹盛喜)의 ‘다완차(大碗茶)’ 판매다.

인성시는 당시 직장을 관두고 20여명의 구직자들과 큰 사발에 담긴 차를 길거리에서 판매했다. 당시 취업난에 시달리던 청년들의 경제활동을 돕고, 길거리에 차나 물을 마실 만한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런데 첫날부터 ‘대박’을 쳤다. 무려 3000잔의 차가 팔린 것이다. 이후 수많은 청년들이 노점 사업에 뛰어들었고, 업종 역시 다양해지면서 중국 길거리 경제가 활성화됐다.

현재 중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중국 1세대 인터넷 기업 창업자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징둥(京東)의 류창둥(劉强東) 역시 노점상을 시작으로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마윈은 1991년 그가 차린 ‘하이보(海博)’라는 통번역 사무실의 유지를 위해 노점상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무실의 첫 달 수입은 700위안(약 12만원)에 불과했는데, 사무실 월세가 2000만 위안이었으니 부수입이 필요했던 것이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그는 꽃, 책, 손전등 등 돈이 될 만한 모든 물건을 길거리에서 팔았다. 노점상 운영은 1년이나 계속됐고, 마윈의 화려한 언변이 이때 키워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류창둥은 1998년 1만2000위안의 자금으로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1.2평짜리 작은 노점상을 열었다. 당시 류창둥 여자친구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따 이름을 ‘징둥 멀티미디어’라 붙이고 비디오와 디스크를 판매했는데, 이 작은 가게가 현재 징둥의 전신이 됐다.

노점상 경제가 중국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원천이고 중국 경제의 활력이라는 리 총리의 발언도 바로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셈이다.

◇권리금 얹어 노점 자리 거래... 부작용도 심각 

물론 노점상 활성화의 부작용도 심각하다. 행정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중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짝퉁 문제’와 ‘식품안전’ 문제가 속출할 수 있고, 도로 기능 상실과 도시 미관 저해 등의 문제도 있다.

게다가 노점상 업주가 권리금을 받고 노점 자리를 거래하는 암시장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년간 강한 노점상 규제를 적용해왔고, 도시 질서가 회복되는 추세였다.

중국 당국이 노점상 경제에 제동을 건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실제 리 총리의 노점상 경제 활성화 추진 직후에도 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지나친 과열 현상을 경계했었다.

지난 5일 베이징상보는 “노점상 경제에 대한 기대가 매우 지나치다”며 “노점상 운영이 단기적인 열풍에 휩쓸려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양전위(楊震宇) 중위안(中原)증권 애널리스트도 “노점상에 대한 완화된 정책이 수요와 공급 양측을 모두 증가시킬 것”이라면서도 “노점상 경제는 단지 거시경제 문제 해결의 수많은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맹목적으로 추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노점상 경제를 둘러싼 중국 당국의 엇박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점상 경제의 열풍을 다뤘던 관영 매체가 관련 보도를 중단하고 기존 기사까지 삭제했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빈과일보는 “당 중앙 선전부가 리 총리가 강조한 노점상 경제 선전을 금지하고 열기를 낮추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시 주석과 리 총리의 갈등이 심화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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