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금리 2022년까지 간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기준금리를 현행 0.00~0.25%로 동결했다. 예상대로였다.
또 이날 업데이트한 점도표를 통해 현행 제로 금리를 2022년 말까지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연준 정책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올해에서 2022년까지 0.1%를 가리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금리인상에 관해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제로 금리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제에) 안정을 제공할 때까지 얼마나 걸리건 우리의 수단을 동원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무엇이건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준은 자본조달 시장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 공격적인 자산 매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국채와 모기지 증권 매입 규모를 한 달 평균 각각 800억 달러와 400억 달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암허스트피어폰트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연준은 대공황 당시 부양조치를 취하지 않아 상황이 더 악화했다는 사실에 무척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어한다"면서 "적어도 현재 연준은 모든 사람에게 완화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경제 회복까지 갈 길 멀다"
연준이 장기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며 전력 부양 의지를 거듭 강조한 건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던지는 충격이 그만큼 심각하고 오래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알리안츠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선임 전략가는 "연준은 우리가 경제 회복의 아주 초입에 있기 때문에 현재 정책이나 포워드 가이던스에 변화를 주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봉쇄령이 풀리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었다. 5월에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지표에서 일자리가 증가하고 실업률이 전월 대비 떨어지는 깜짝 호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코로나19가 소비자와 기업 활동을 변화시켜 경제에 오랫동안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주 고용지표에 대해 "반가운 깜짝 소식이다. 그런 지표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그렇지만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우리는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실직한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는 데에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준은 미국 경제가 올해 6.5%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에는 5%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뒤 2022년에는 3.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올해 9.3%를 기록한 뒤 2021년과 2022년 6.5%, 5.5%로 차츰 떨어질 것으로 봤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0.8%, 내년 1.6%, 2022년 1.7%로 각각 제시했다.
한편 이날 파월 의장은 '수익률 곡선 관리'(Yield Curve Control) 정책 도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연준은 여러 수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익률 곡선 관리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수익률 곡선 관리 정책은 특정 만기 국채 수익률을 목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해당 국채를 사고 파는 것으로, 일반적인 양적완화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여겨진다.
◆'비둘기 연준'에 국채 랠리·달러 하락
'비둘기(통화 완화적)' 연준에 달러는 하락했고 미국 국채는 랠리를 펼쳤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72%까지 떨어졌고 달러 인덱스도 약세를 이어가면서 6월 낙폭을 2.5%까지 확대했다.
뉴욕증시는 연준의 회의 결과를 평가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신속한 경기 회복 기대가 꺾이면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하락했다. 다만 나스닥지수는 기술주 질주가 이어지면서 1만 포인트 고지에 안착했다.
웰스파고인베스트먼트인스티튜트의 사미르 사마나 선임 전략가는 "연준이 새 조치를 내놓지 않은 가운데 증시에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최근 미국 증시는 연준과 미국 정부가 쏟아내는 천문학적인 돈풀기 속에 유동성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연준의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추가 부양 여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시장 흐름이 쉽게 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WSJ은 코로나19 재확산 위험 등 경제 회복에 난관이 많기 때문에 연준이 경제 부양에 속도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WSJ은 "연준이 이번에는 새 조치를 내놓지 않았지만 앞으로 몇 달 안에 새 정책 수단을 꺼낸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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