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기념행사에서 북한을 향해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북한의 연이은 대남 비난으로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북한 체제 안전을 침해하지 않겠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북한에게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를 강요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대목과 정치적 통일보다는 관계개선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뜻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북한의 통일 방안인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 방식’의 ‘높은 단계 연방제’보다 말 그대로 낮은 단계의 통일을 말한다. 높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연방정부가 행사하는 기능을 모두 자치정부가 갖되, 연방정부는 ‘조정 역할’만 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둘 다 ‘1국가 2체제’이지만 좀 더 각자의 체제를 존중하면서 지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은 2000년 정상회담 합의서인 6·15 공동선언 2항에서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결국 남북 간 대화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기 위해 낮은 단계 연방제라는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체제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면서 “우리의 GDP는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는다.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안보 상황을 의식한 듯 “누구라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이어 “우리 군은 어떤 위협도 막아낼 힘이 있다.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우리는 두 번 다시 단 한 뼘의 영토, 영해, 영공도 침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도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반드시 평화를 지키고 만들어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 달라”며 대화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는 것이 종전을 향한 첫걸음”고도 했다.
한편 현직 대통령의 6·25전쟁 기념식 참석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제60주년 기념행사에 처음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국군전사자 봉황 유해 140구를 직접 맞이했다.
행사 시작 후에는 공중급유기에서 내려온 신원확인 국군전사자 유해 7구와 유엔군으로 참전한 미군 유해 6구가 영현단에 함께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례와 헌화 및 분향을 마친 뒤 신원확인 국군 및 미군 전사자 13명에게 참전 기장을 직접 수여했다. 참전 기장은 공적과 관계없이 전시 등 국가 비상시 특정 전쟁에 참가한 장병 및 군무원에게 수여된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의 예우에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념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22개국 유엔참전국 정상들이 보내온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참전국 정상을 대신해서는 22개국 대사가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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