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까지 미국 정·재계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을 무더기로 해킹한 사건이 10~20대 해커들의 장난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해킹에 가담했거나 연루된 4명과 메신저를 통해 인터뷰한 결과 "이번 사건은 러시아와 같은 한 국가나 치밀한 해커 그룹이 아닌 젊은이들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온라인 메신저 디스코드에서 '커크'(Kirk)라는 이름의 해커가 14일 오후 '엘오엘'(lol), 15일 오전 '에버 소 앵셔스'(ever so anxious)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해커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시작됐다.
'커크'는 트위터에서 근무한다고 주장하며 '엘오엘'과 '에버 소 앵셔스'에게 거의 모든 트위터 계정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돈을 벌어보자고 제안했다.
'엘오엘'과 '에버 소 앵셔스'는 트위터 등 SNS의 희귀한 계정 아이디를 사고파는 '오지유저스닷컴'(OGusers.com)에서 이름난 인사들이지만, '커크'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었다.
'엘오엘'은 미국 서부에 거주하는 20대라고 밝혔고, '에버 소 앵셔스'는 19세로 영국 남부에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구체적인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y', '@6'과 한 글자 또는 숫자 하나로 구성된 희소성 있는 트위터 아이디를 빼앗아 팔아넘길 목적이었고, 실제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엘오엘'이 중개한 첫 거래는 '@y'라는 아이디를 1500달러(약 181만원)어치 비트코인으로 구매하겠다는 사람을 찾아 '커크'와 연결해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후 '커크'가 15일 오후 3시30분(미 동부시간 기준) 이목을 끄는 공격을 시작하자 '엘오엘'과 '에버 소 앵셔스'는 손을 뗐다고 주장했다.
'커크'는 트위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의 계정에 '1000달러(약 120만원)를 비트코인으로 보내면 30분 안에 두배로 돌려주겠다'는 취지의 글을 무더기로 올려 상당한 수익을 챙겼다.
사태가 일단락된 후 '에버 소 앵셔스'는 '엘오엘'에게 '커크'가 18만달러(약 2억1700만원)에 달하는 비트코인 이익을 거뒀다는 게 "슬프진 않고 짜증이 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커크'가 어떤 동기로 이번 범행을 계획했고, 내부 직원만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했는지 등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커크'가 디스코드에 가입한 날짜는 이달 7일로 비교적 최근이었다.
한편, NYT는 비트코인 조사기관 체이낼러시스(Chainanalysis)의 도움으로 인터뷰에 응한 '엘오엘' 등 4명의 SNS와 가상화폐 계좌를 비교한 결과 이들이 이번 트위터 해킹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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