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역과 성별의 정치적 고려보다 실력으로 대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2개월간 이어질 WTO 사무총장 선거의 핵심전략을 표방한 셈이다.
유 본부장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유력 경쟁자로 꼽히는 응고지 오콘조-이웰라(나이지리아) 후보나 아미나 모하메드(케냐) 후보에 관한 질문들이 나오자 "사실 WTO에는 사무총장의 지역별 배분이나 규칙에 관한 규정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라 WTO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이므로 실제 WTO 개혁 성과를 낼 능력과 자질을 갖췄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게 회원국들의 분위기"라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현재까지 30여 개국을 대상으로 유선 지지 교섭을 했다. 또한 아프리카 8개국 대사들과 오찬을 하며 다양한 지지기반 확보에도 나섰다.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권역은 총 49개의 큰 표밭이지만 권역별 회원국이 적고 견제도 심한 편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서는 동북아의 한국, 중동의 사우디, CIS의 몰도바 등 3국에서 후보자를 냈다. 이외에도 북미의 멕시코, 서유럽의 영국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는 북부의 이집트, 서부의 나이지리아, 동부의 케냐가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모두 합해 총 8개국에서 후보자가 나왔다.
지역별로 회원국 득표수를 살펴보면 아프리카(44), 북미·유럽(40), 남미중미(31), 아시아·태평양(49)으로 각각 정리된다. 경제 규모에 비해 동북아 소속의 WTO 회원국은 상대적으로 적으며, 지지의 가능성도 미지수다. 반면 아프리카는 지역별 회원국이 비교적 많으며 여성과 아프리카라는 배분 차원에서 혜택을 볼 여지도 있다. 유 본부장은 여타의 후보와 달리 통상경험과 전문성을 가졌으며 현직 통상 장관으로 무역 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점을 부각하고 있다. WTO 회원국들도 이러한 유 본부장의 경쟁력을 인식하는 분위기다.
유 본부장은 "타 후보자는 출신 국가가 속해있는 블록(지역)에서 기본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은 그런 게 없어서 무조건 발로 뛰어야 한다"라며, 소통 중심의 선거전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유 본부장은 선거 1라운드의 특성상 후보 개인의 생각과 비전 제시에 방점을 찍고, 회원국들의 국익과 일치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코로나 여파 등을 고려해 유선으로 선거운동을 펼치면서 유 본부장은 8월 하순이나 9월 초 약 2주간 주요국을 방문해 대면으로 선거운동을 할 계획이다.
한편 WTO는 9월 6일까지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기간을 뒀다. 다음날인 7일부터는 최대 2개월 동안 회원국 간 협의 절차를 진행한다. 협의 절차는 총 3라운드로 구성되며, 회원국들이 라운드마다 선호 후보를 밝히고 이를 토대로 후보 일부를 제외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라운드에서는 8명 중 3명이 탈락하고 다시 남은 5명 중 3명이 2라운드에서 떨어진다. 사실상 결선투표는 3라운드에서 최종 후보 2명 중 1명이 남는다. 이 과정에서는 컨센서스(의견일치) 방식을 통해 사무총장으로 추대한다.
유 본부장은 선거 운동 기간 하루 3∼4시간 잠을 자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후에도 꾸준히 유선으로 선거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직이 제 평생에 걸친 마지막 공직 기회로서 영광이자 큰 의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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