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하나가 스타트업 루닛이다. 이 회사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AI를 헬스케어에 적용했다. 엑스레이 같은 의료 영상을 보고 유방암 등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6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기술선도기업’ 명단에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대화형 인공지능에 강점을 지닌 솔트룩스는 대기업을 제치고 ‘챗봇 기반의 범정부 민원상담 365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AI와 빅데이터에 기반해 창출될 미래 신시장의 가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거대한 신시장에서 기업들이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데이터 산업을 발전시켜 글로벌 산업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경제로 얼마나 빨리 전환하느냐가 국가의 산업·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보고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는 중이다. 이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달 14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기 극복과 글로벌 경제 선도를 위한 국가발전 전략인 ‘한국판 뉴딜’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판 뉴딜의 추진 과제는 디지털 뉴딜 및 그린 뉴딜과 관련한 28개다. 그중 첫째가 전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데이터,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AI, 이른바 DNA(Data·Network·AI)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일례로 최근 LG CNS는 상품 기획에서부터 생산 라인, 물류 단계까지 전체 제조 과정에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의 스마트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이에 따라 통상적으로 시장 조사와 설계에 6개월 이상 걸리던 일정을 2~3개월로 단축했다. 제조 공정에서 수집된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전반의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 단순히 생산 라인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제조 과정 전체를 지능화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더한 사례다.
이는 마치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안경을 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한 것과 비교될 수 있다. 안경을 쓰면 시력만 좋아지지만, 스마트 글라스를 쓰면 증강현실 같은 부가 정보까지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도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을 육성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주요 업종별 산업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아직 초기인 만큼 기업들이 활용할 만한 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려는 제조 기업을 위해 80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도 계획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기업-기업 간 협력을 통한 디지털 혁신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AI·빅데이터 산업 지능화 포럼’도 열린다. 그동안 디지털 전환을 시도해 온 기업들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정부 정책 추진 방향도 자세히 소개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생활 방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제 국가의 디지털 역량은 해당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됐다. 디지털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뜻이다. 원활한 디지털 뉴딜 이행은 대한민국이 디지털 선도 국가로 가기 위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산업 전반에 디지털 혁신이라는 스마트 글라스를 씌워, 한국판 뉴딜이 스몰딜이 아니라 빅딜이 될 수 있도록 KIAT도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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