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이 역대 최대 규모인 4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리며 지난 6월과 7월에 두달 연속 3조원 가까운 증가세를 이어갔는데,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신용대출 증가폭이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 말 현재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4조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4조705억원(3.4%)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 수준의 증가폭이다.
신용대출 잔액 증가폭은 지난 3월 2조2408억원에서 4월 4975억원으로 크게 줄었으나, 5월 들어 1조689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6월 2조8374억원, 7월 2조6810억원으로 급증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폭이 4조원대를 보인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금융권은 신용대출 급증 배경으로 부동산 수요 증가를 꼽는다. 잇단 부동산 규제에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신용대출로 몰렸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456조9836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1606억원(0.9%) 늘어났다. 주담대 잔액 증가폭이 5월 1조8204억원, 6월 8461억원, 7월 1조3671억원 등 1조~2조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오히려 가파르다.
주담대를 받아 집을 사려 해도 돈이 모자라자, 신용대출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하면서 주택 비용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마저 조일 수 있다는 전망에 미리 빌릴 수 있는 만큼 빌리자는 심리가 퍼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분위기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금 금리가 0%대로 떨어진 가운데, 2%대로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로 4~5% 수익률만 내도 큰 이익인 셈이다.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주택자금 수요의 우회대출 통로를 막기 위해 신용대출까지 조이면 생활안정자금 용도로 신용대출을 빌리려는 수요까지 막힐 수 있는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빌린 돈을 주택 구매에 쓰는지 생활안정에 쓰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규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6월과 7월 신용대출 잔액이 두달 연속 3조원 가까이 늘어나자 최근 '공개 경고'에 나섰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신용대출은 시장이 불안해지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 차원에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