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중대재해법)'이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여당은 정의당과 산업재해 사망 유가족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11일 중대재해법을 처리하겠다고 재차 공언했다. 이는 정의당의 '1호 법안'이다.
하지만 올해 정기국회 내 중대재해법 처리가 최종 무산된 데다, 여당 내부에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을 대안으로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최종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여당은 이날 '과잉 입법' 비판을 받는 중대재해법 일부 조항의 손질을 예고, 사실상 '플랜 B' 수순을 밟기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 여당이 중대재해법 '플랜 B'를 선보일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낙연 수차례 공언했지만…정기국회 처리 불발
더불어민주당이 일단 꺼낸 카드는 '12월 임시국회 내(회기 내년 1월 8일) 상임위원회' 처리다. 국회 본회의가 아닌 상임위 통과로 목표치를 낮춘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의원총회를 열고 중대재해법에 대한 내부 의견을 수렴한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중대재해법은 반드시 제정될 것"이라며 "관련된 입법 활동이 신속하고 심도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중대재해법 제정에 재차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 지지층과 정의당, 노동계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분석된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대재해법을 언급한 이후 공식 석상에서 일곱 차례나 법 처리 의지를 밝혔지만, 끝내 정기국회 내 처리는 불발됐다.
◆'상임위 통과' 못 박은 與…"위헌조항 손본다"
여당이 중대재해법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정의당은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김 이사장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식 농성을 언급,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관련 법이 정기국회 내 미처리된 데 대해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중대재해법 플랜 A'의 통과 여부다. 민주당은 이날 중대재해법 제정안 처리에 목소리를 내면서도 '일부 조항의 수정'을 예고했다. 유동수 정책위부의장은 "상임위에서 실질적으로 검토할 자료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정의당(강은미 의원) 안은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 소홀로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민주당(박주민 의원) 안은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담았다.
그간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사업주 등에 부과한 안전관리 의무가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형법의 기본원리인 '명확성의 원리에 반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법이 통과되더라도 위헌 판결을 받지 않겠냐"라는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의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며 대치 정국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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