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엿보기] 코로나 시대, 서로의 아픔에 닿으려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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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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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민 작가,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출간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표지. [사진=다반 제공]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1947년 발표한 <페스트>는 알제리의 해안 도시 오랑에서 페스트가 창궐해 사람들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2020년을 예언한 것처럼 현재와 너무도 비슷하다. 마치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문제의 답안지를 찾듯 사람들은 <페스트>를 다시 읽고 있다.

최근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를 발간한 김성민 작가는 “코로나 시대에 읽은 <페스트>는 추상성에 대한 구체적 실감이었다. <페스트>가 보여주는 재난 상황은 팬데믹 시대가 아니었다면 타인과 연대의 중요성이 그저 추상적인 이해로 그쳤을 것이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소설 속에서 취재를 위해 오랑시로 왔다가, 도시가 페스트로 폐쇄되자 온갖 수단을 동원해 탈출하려는 기자 랑베르의 변화에 주목한다. 그는 어린아이의 죽음을 목격한 후 생각을 바꾸게 된다.

“나는 이 도시에서 이방인이니까 여러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나도 이곳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건은 우리 모두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라는 랑베르의 말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에는 책을 통해 얻은 지은이의 지적 사유가 가득하다. 김 작가는 “사람 사는 사회가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더 나아가 나라와 나라 사이 역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이 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며 “‘페스트’에 반응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오늘날의 시대를 거울처럼 비추며, 코로나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세상 모든 책을 읽고 싶었다”는 저자는 32편의 글을 3부로 나눠 실었다. ‘독서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1부에, 고전문학을 읽고 쓴 리뷰를 2부에 뒀고 3부에는 사랑하는 대상을 잃고 난 후의 상실과 애도에 대한 글을 썼다.

저자는 “나의 독서는 아픔의 개별성을 이해하는 과정이자 타인의 아픔에 닿지 못하는 슬픔을 향한 위로이기도 했다”며 “생을 살아가는 한 아픔의 개별성을 끊임없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네가 아니고 네가 될 수 없으므로, 나의 아픔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나 또한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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