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노사가 이번주 새 협상 테이블을 꾸리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한다.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과정에서 갈등을 벌이다 가까스로 타결에 성공한 양측이 노조추천이사제를 놓고 긴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은 노사는 이번주 3분기 및 4분기 노사협의회를 가동한다. 올해는 2분기 협의회가 늦어지면서 3분기와 4분기 협의회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기은 노사가 각종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분기마다 여는 통상적인 회의체다. 이번 협의회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노조가 올린 10개 안건 가운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관련 건이 포함돼 있어서다. 그간 기은 노조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주장해 왔지만, 협의회 안건으로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올해 초 윤종원 행장과 도입 추진을 약속한 만큼 도입 시기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 2월과 3월 각각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훈·이승재 이사 후임 중 한명 이상은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행장은 올해 1월 말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노사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은행은 구체적인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기은 고위 관계자는 "은행 방침으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기은은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기가 다른 금융그룹들보다 수월한 편이다. 시중 금융그룹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 찬성표를 얻어야 사외이사를 둘 수 있지만, 기은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행장 의지에 따라 제도 도입이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운영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2017년 말 금융행정혁신 최종권고안에서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점도 기은 노조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당시 혁신위원장이었다.
그러나 윤 행장은 1월 노사 합의 때보다 입장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 4월 진행한 취임 100일 기념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윤 행장은 "노조추천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이라고 밝혔고, 이후 뚜렷한 입장을 내놓은 적은 없다.
은행이 내년 1분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사측이 김정훈 이사 연임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이사가 한국금융연수원 노조위원장 출신인 만큼, 노조추천이사가 필요하냐는 시각에서다. 하지만 노조 입장이 완강해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기은 노사는 지난 23일 임단협 교섭 타결에 성공했다. 경영평가 개선 등을 교섭 테이블에 올리자는 노조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는 지난 4일 사측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중노위가 조정을 진행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노조는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하려 했지만, 사측과 막판 교섭을 진행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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