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두산① 김민철 CFO, ‘난제’ 두산그룹 구조조정 이끈다

"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주경제는 기업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CFO, CTO 등)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올해 두산그룹은 유독 재계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지난해 두산건설의 경영난으로 촉발된 재무 리스크가 두산중공업에 이어 그룹 전체로 전이될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두산그룹은 올해 4월 산업·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고 자금 지원을 요청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연내 4조원이 넘는 채무를 갚아야 할 두산중공업 입장에서 채권단으로부터 총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끝에 구사일생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과제가 간단치는 않았다. 두산중공업과 종속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약정된 구조조정 방안을 이행하는 이중고가 부과됐다. 구조조정 방안을 이행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두산밥캣을 분리하는 등 세심한 재무적 조치가 이행돼야 했다. 이를 이끈 것이 두산그룹에서 손꼽히는 '재무통' 김민철 ㈜두산 사장이다.

 

[김민철 두산 CFO 사진=두산 제공]



김 사장은 1989년 두산에 입사해 경영전략과 재무를 맡아왔다. 지난 2018년에는 ㈜두산의 공동대표이사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그룹의 재무전략을 총괄하는 위치에 올랐다.

이후 김 사장은 위기의 두산그룹의 일선에서 재무관리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의 부채관리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계열사의 매각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는 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연결 기준)은 337.8%까지 치솟았다.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은 김 사장이 CFO에 오르기 전인 2017년 말 280.2%였으나 지난해 말 300%로 악화됐으며, 올해 급작스럽게 37.8%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장기간 적자로 결손금이 쌓이면서 자본을 갉아먹은 탓이다. 실제 두산중공업의 자본총계는 2017년 말 6조5659억원에서 올해 9월 말 5조8109억원으로 7550억원(11.5%)이나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입금이 늘어나 숨통을 죄었다. 같은 기간 이자를 갚아야 부채인 순차입금(별도 기준)은 3조8995억원에서 5조7727억원으로 1조8732억원(48.04%) 늘었다.

지난해 말까지 4조원 수준에서 관리됐던 단기차입금도 올해 9월 말 6조7938억원까지 불었다. 한계까지 몰아닥친 차입금 상환 일정을 조정하고 재무전략을 계획하는 CFO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무적 묘수가 그룹을 살렸다. 지난해 10월 ㈜두산의 인적 분할로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가 출범했다. 두 신설법인은 이후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냈다.

지난해 10월 ㈜두산이 인적 분할된 덕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 지분(보통주·우선주 합산) 44.64%를 소유하게 됐다. 인적분할은 존속회사의 주주들이 존속회사의 지분율만큼 신설(분할)회사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두산퓨얼셀은 신재생에너지인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사업을,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의 전지박 사업을 담당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기계·부품·유통 등 여러 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두산의 사업부로 있을 때와 달리 독자법인으로 거듭나면서 미래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다. 그 결과 회사의 가치가 크게 개선됐다.

이후 두산퓨얼셀은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데 활용됐다. ㈜두산이 보유한 두산퓨얼셀 보유 지분(보통주·우선주 합산) 전량을 두산중공업에 넘기는 방식을 통해서다. 대신 ㈜두산은 그만큼 두산중공업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현물출자가 마무리되면 ㈜두산→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의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이번 조치로 ㈜두산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지주사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미래성장 가능성이 높은 두산퓨얼셀을 통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오너 일가는 두산퓨얼셀 지분 전량을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했다. 이를 통한 자본 확충 효과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가 직접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주주가 직접 사재를 출연했다는 명분을 챙기는 데도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그대로 뒀다면 ㈜두산의 단순 사업부에 불과했을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적절한 시기에 인적분할한 덕에 오너 일가는 자구안 이행과 사재 출연을 손쉽게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두산과 두산중공업에 대한 지배력은 오히려 더욱 굳건해졌다.

물론 이는 CFO보다는 박 회장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사장의 재무관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 같은 구조조정이 훨씬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체가 달려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CFO가 무척 까다로운 업무를 맡아야 하는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구조조정으로 매각된 두산타워. [사진=두산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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