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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관악구청장 [사진= 관악구청 제공]
전국 1인 가구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통계청이 지난 8일 내놓은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30.2%가 1인 가구로 집계됐다. 또한 서울의 1인 가구는 약 130만 가구로 40년 만에 16배 증가해 전체 가구의 33.9%에 달했다. 서울 인구가 199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1인 가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편의점에 가면 혼자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이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식당 어디를 가도 요즘은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좌석 마련이 필수다. 이미 혼밥, 혼술, 일코노미(1+economy) 등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며 활동을 일컫는 말들은 유행이 된 지 오래다. TV에서는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외로울 틈이 없는 ‘워라밸’ 싱글 라이프를 보여주며 시대를 반영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장수하고 있다. 바야흐로 1인 가구 전성시대이다.
‘나 혼자 산다’는 의미는 동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나 홀로 삶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로움, 자기성찰의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 홀로 삶은 외롭고 쓸쓸하다. ‘나 혼자 산다’ 앞에 생략된 말을 생각해 보자. 어려운 경제적 사정으로, 보살펴 줄 가족이 없어서, 취업이 되지 않아서… 등 현실적으로 많은 1인 가구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고립감, 범죄 등 여러 사회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화려한 싱글? 1인 가구의 삶은 힘겹고 녹록지 않다. 지난 8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80%는 연평균 소득이 3000만원을 밑돈 반면 지출은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도 2년 연속 2000만원을 웃돌았고 1인 가구 10명 중 4명은 월세로 살고 있다. TV에서 보던 화려한 싱글보다는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한계 집단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시대의 변화상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1인 가구의 트렌드를 분석해 이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가나 지방정부의 정책 지원은 아직 초기 단계다. 1인 가구를 위한 연구나 실태조사 분석, 정책 논의는 관련 시장의 성장 속도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흔히 1인 가구로 뭉뚱그려 말하지만 그 안에는 고소득 전문직부터 비혼족, 취업준비생, 홀몸 어르신 등 천차만별이다. 특히 소득의 격차도 크고 복지수요도 가지각색이어서 무엇보다 ‘평균의 함정’을 뛰어넘어야 한다. 빈곤, 외로움·고립, 세대갈등, 안전 생활환경 조성 등 1인 가구로 인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이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늦기는 했지만 지난 6월 정부에서도 1인 가구 중장기 정책 방향 및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과거 홀몸 어르신, 취업 청년 등 표면적으로 발생한 문제만 지원이 이루어졌던 것과 달리 소득·주거·사회적 관계망 등 환경변화에 따라 1인 가구의 필요와 욕구를 파악하고 이들의 실태를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살피고자 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앞으로 급변하는 1인 거주 형태와 1인 문화에 지방정부는 더욱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1인 가구는 지역에 따라 성별에 따라, 소득수준에 따라 필요와 욕구가 천차만별이다. 필자가 일하는 관악구도 사회적 연결망에 관심이 많은 청년 1인 가구 비율이 40.5%로 전국 1위, 안전·치안과 주거환경 개선을 필요로 하는 여성 1인 가구 비율이 27.4%로 매우 높다. 그만큼 청년과 여성 이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맞춤형 정책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지방정부는 나 홀로 살아가며 생기는 외로움과 같은 공통적인 문제에 대처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개인 혹은 집단의 모습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 1인 가구에 대한 균형 있는 시선과 함께 대세가 되어 버린 1인 가구에 대한 고민과 고찰을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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