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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리히어로, 요기요 매각 결정 수용…"배달 앱 시장 판도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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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0-12-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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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 내 2조4000억원 안팎 요기요 인수 과제…쿠팡, 네이버, 유통 대기업 등 인수 후보군 물망

  • 요기요 재무 상황 좋지 못한 점 부담…2조원 조달 가능한 사모펀드 인수 가능성도 제기

[CI=딜리버리히어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요기요 매각 조건을 내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한 가운데, 앞으로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29일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DHK) 관계자는 "DH는 지난 28일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받았다. DHK의 지분 100%를 매각하는 구조적 조치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정확한 현황 파악이나 구체적인 계획 수립의 경우 독일 DH 측과의 협의가 필요해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며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매각 완료 전까지 요기요와 배민은 별도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DH는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정위의 요기요 매각 조건에 반대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해 요기요보다 배민의 실익이 크다고 판단, 1개월 만에 입장을 180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누가 요기요를 인수하느냐, 또 이에 따른 시장의 판도 변화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업계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DH는 6개월 내 제3자에게 DHK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매수자를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지난해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한 배달 앱 시장 점유율 현황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이 78%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이어 DHK가 운영하는 요기요가 19.6%, 배달통이 1.3%, 푸드플라이가 0.3%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쿠팡이츠·카카오·위메프오 등 기타 사업자 점유율은 0.8%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는 요기요의 몸값을 2조4000억원 안팎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인수가치가 4조7500억원 수준인 배민의 절반 수준이다.

매각에 따른 가치 하락을 감안한다 해도 최소 1조원대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만이 요기요를 인수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배달 앱 후발 주자인 쿠팡과 위메프, 정보통신(IT) 업계 공룡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유통 대기업들 정도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먼저 최근 적극적으로 배달 앱 시장 공략에 나선 쿠팡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8월 쿠팡 이츠를 출시한 쿠팡은, 1년 만에 339.3%나 급증한 150만722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상태다. 요기요를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선다는 점에서 배민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쿠팡은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1년 내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붓기에는 재무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경우 인수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은 충분히 있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소상공인과의 접점이 늘어난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우아한형제 지분을 이미 5%가량 소유한 주요 주주로, 겸업 금지 조항 등에 걸리는 점도 문제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도 요기요 인수를 통해 기존 오프라인 사업과의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역시 골목상권에 진입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사모펀드가 참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6개월 내로 2조원을 조달해 인수까지 마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나 사모펀드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특히 DH 입장에서는 요기요 인수로 곧바로 2위로 올라서는 경쟁 파트너가 대기업보다는 사모펀드가 되기를 원할 것이다. 업계의 판도 변화가 최소화되는 방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배달 앱 시장의 출혈경쟁 심화로 DHK의 새 주인 찾기 작업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배달 앱 후발 업체, 대기업들 모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시장 확장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작년 영업손실이 7조원에 달할 만큼 요기요의 재무 상황이 좋지 못한 점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게다가 인수에 성공하는 업체는 인수 대금 회수 차원에서 향후 수수료 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업계가 초반부터 적극적인 인수 행보에 나서기보다는, 6개월 내 매각이라는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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