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 앞둔 신세계, 단숨에 이커머스 2위로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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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이보미 기자
입력 2021-06-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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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가 투자 불가피할텐데…'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와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유력시되며 단숨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 강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네이버와 함께 인수전에 참여한 만큼 '반 쿠팡연합'으로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부회장의 '한국판 월마트' 전략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순간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 본사는 전날 이사회에서 이베이코리아의 최종인수자로 신세계 이마트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이커머스 1위 네이버에 이어 쿠팡을 제치고 단숨에 2위로 올라설 발판을 마련했다.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거래액은 약 4조원 규모인데,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기준 거래액이 20조원으로 네이버쇼핑(28조원), 쿠팡(24조원)에 이어 3위다. 때문에 이베이코리아는 그동안 쿠팡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해진 네이버글로벌 투자책임자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오른쪽). [사진=각사 제공]

이베이코리아는 2001년 옥션, 2009년 G마켓을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한 뒤 16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9% 증가한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38% 늘어난 850억원이다.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 회원 수는 작년 기준 300만명을 넘어 이커머스 업체 중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470만명) 다음으로 많다. 오픈마켓 판매자 수는 약 30만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마일배송이라는 풀필먼트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SSG닷컴은 올 하반기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로 네이버 페이·신세계 포인트를 결합한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인데,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G마켓·옥션·SSG닷컴·신세계백화점·이마트 등을 총망라한 통합 멤버십 서비스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이마트의 온라인 거래약은 2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시너지 효과는 이커머스에서 중요시되는 물류 부문에서 제대로 발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은 전국 곳곳 도심지에 물류 인프라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이 인프라를 입점 판매자를 위한 풀필먼트 센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이마트와 SSG닷컴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는 물류센터 문제를 온·오프라인 시너지로 풀어냈다. 부족한 물류센터를 이마트 점포 PP(Picking&Packing)센터를 활용해 확충했다. SSG닷컴에서 주문하고 이마트의 오프라인 점포에서 배송이 나가는 방식이다. 이마트 측에서는 우하향 중이던 오프라인 자산의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PP센터의 매출은 곧 이마트 매출로 인식된다. 

다만, 이베이코리아 몸값이 워낙 비쌌던 탓에 장기적인 전략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한 금액 대비 효과가 제대로 나올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데다가, 빠르게 변화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고 급성장 중인 쿠팡 등 업계 강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3조~4조원대 자금을 투입한 만큼 재무부담이 커 계획 중인 추가 인수·합병(M&A)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요기요와 스타벅스코리아 잔여지분 50%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둘 다 각각 인수금액이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는 말은 이마트가 식품 온라인 시장을 넘어 공산품 온라인 시장까지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라면서 "막강한 배송 인프라를 가진 쿠팡과 전면전을 가정할 수밖에 없는데 쿠팡의 역마진 정책을 감안하면 GPM 하락과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가격이 3조원을 넘는다고 하면 인수자가 누가 되든 ROE(자기자본이익률)와 ROIC(투하자본이익률)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현재 이베이의 시장점유율은 떨어지는 상황이고, 쿠팡은 1분기 만에 점유율이 6% 상승한 점 등을 고려하면 경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커머스 新 삼국시대 '임박'··· 롯데는 망연자실

​신세계·네이버·쿠팡 3사가 이커머스 신삼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신세계와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으로 낙점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는 새로운 3강 체제 아래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 어렵게 됐다.

G마켓과 옥션·G9 등 3개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12%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네이버(18%), 쿠팡(13%)에 이어 국내에 기반을 둔 3위 이커머스 업체로 꼽힌다. SSG닷컴은 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 3%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와 네이버 연합이 이베이코리아를 성공적으로 인수하게 되면 단순 합산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33%를 차지해 쿠팡을 여유롭게 누르고 온라인 쇼핑계 '절대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이베이코리아는 매각 과정에서 국내에 기반을 둔 이커머스 가운데 급성장한 쿠팡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세계그룹은 네이버를 제외한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을 단순 합산해도 시장점유율 15%로 쿠팡을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당분간 이변이 없는 한 지금의 '절대 3강' 체제가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지배적인 관측이다.

반대로 나머지 이커머스 업체들은 새롭게 바뀌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을 또 수정해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신세계와 42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던 롯데그룹은 이번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사실상 패배하면서 당장 시장 점유율에서 신세계와 비교하기 어려운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
 
롯데의 통합온라인몰 '롯데온'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 5% 정도로, 신세계 쓱닷컴보다는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대표도 새로 선임해 사업 전략을 짜고 있는 시기"라며 "다른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이커머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카카오 이커머스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와 다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주 안에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와의 합병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2018년 12월 카카오에서 분사한 지 3년도 안 돼 다시 본사로 돌아오는 셈이다. 네이버와 쿠팡 등 이커머스 공룡에 대응하기 위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티몬은 이날 장윤석 아트리즈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달 새로 선임한 전인천 대표와 함께 회사 공동 운영을 맡기는 것이다. 티몬은 장 대표 영입과 함께 아트리즈 인수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리즈는 크리에이터가 진정성 있게 선별한 브랜드, 상세한 상품 설명, 고객 간 소통에 중점을 둔 콘텐츠를 기획하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다.
 
온라인 유통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향후 온·오프라인 유통 전체에서 패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 이커머스 불꽃전쟁에 불씨를 댕기고 있다.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유통 시장에서 이커머스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2020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만 봐도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18.4% 늘었지만, 오프라인 매출은 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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