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통일 충북동지회'가 북한 정권을 찬양하고 실제로 '고정간첩' 활동을 해온 혐의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범(凡)진보단체의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정의당·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약 100여개가 모인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은 청주 간첩단 사건에 침묵하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11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 지시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한 뒤 2만 달러의 공작금을 받고 미국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 등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들에게 이른바 '간첩죄'로 불리는 국가보안법 4조(목적수행), 7조(찬양·고무), 8조(회합·통신), 9조(편의제공)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충북동지회 SNS에는 여전히 김일성 찬양
피의자들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위법 행위로 적시된 활동 내용은 모두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이를 계기로 국보법 폐지를 위한 옥중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은 수사 당국이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어겼다고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범(凡) 진보단체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휘발성 강한 간첩 사건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풍'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는데다 국보법 폐지 운동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보법 폐지에 목소리를 내오며 공익변론을 맡아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이들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충북동지회 측은 지난 5월부터 여러 차례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에 변론을 신청했으나 민변 측이 이를 모두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보법 폐지 운동 타격 불가피...국정원도 '반대'
국보법 폐지 운동은 당분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등이 이관되면서 오남용 소지가 줄어든 데다 이번 충북동지회 사건으로 인해 폐지 명분이 더욱 약해지면서다.
또한 국정원도 국보법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 진보진영 의원들 10명은 지난 5월 국보법이 '냉전 시대의 유산'이라며 국보법 폐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정원은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국정원은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국정원의 국보법 위반범죄 수사권이 폐지돼 국보법 오남용 소지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여권은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캠프의 특보로 활동한 데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도 교류한 정황도 드러나자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국민의당은 청주 간첩단 사건과 관련,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정보위 소속인 김기현·이철규·하태경·조태용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북한의 대선 개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 정보위를 즉각 소집해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의자들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에 대한 낙선 운동을 펼치거나 민주당 선거전략 등 동향을 파악했다는 수사 내용을 거론하며 "북한의 국내 정치 개입은 명백한 남북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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