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며 성장 가도를 달리던 오스템임플란트가 1880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태에 휘말리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상장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 사태로 그동안 회사가 쌓아온 업계 1위 위상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사업 불확실성으로 향후 성장 목표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매출액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81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영업이익도 1341억원으로 2020년 981억원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아직 4분기 실적 발표 전이지만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도 이날 입장문에서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97년 설립된 오스템임플란트는 임플란트 시장에서 국내 1위, 전 세계 4위권 기업이다. 임플란트 재료 등 치과 기자재 사업으로 매년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임플란트 교육사업이 매출을 키우는 데 큰 기여를 하면서 영업망을 넓히는 데 집중해왔다.
국내 임플란트 시장 점유율이 50%에 가까워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꼽힌다. 2020년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오스템임플란트가 6316억원으로 국내 2위 업체인 덴티움(2297억원)에 크게 앞선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 왔다.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70여 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해외법인만 28개에 이른다.
2007년 코스닥 시장 입성 이후 매년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2023년 매출 1조4000억원 달성, 세계 시장 1위의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 자금 회수 규모가 핵심···덴티움 등 경쟁사 주목도 높아져
엄 대표가 이날 입장문에서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 회사 경영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자금담당 직원이 횡령한 1880억원 중 얼마만큼 회수할 수 있을지가 회사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 14만원,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회사에서 이 정도 사고가 날 동안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들끓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결집해 회사 측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혁신형 의료기기업체’ 인증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혁신형 의료기기업체로 선정돼 연구개발(R&D)비와 해외 진출 지원을 받기도 했으나 의료기기산업법에 따라 취소 요건에 해당할 경우 결과가 번복될 수도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측은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사건에 휘말리면서 덴티움, 덴티스 등 경쟁 업체들이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 특히 덴티움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수출 지역에 타격을 받았으나 지난해 1분기부터 실적이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올해 업황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주식 가격이 지난해 2만원대에서 16만원대까지 오르는 등 회사에 대한 기대치가 컸지만, 증권사에서도 목표주가를 14만원으로 다시 낮춰 잡았다”면서 “이번 횡령 사건으로 연 매출 1조원 달성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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