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사서원) 대표가 갖고 있는 돌봄 철학이다. 그는 돌봄이란 늙음과 병듦, 다름(장애), 학대받는 아동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의 박사' 학위 소지자만이 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제 곧 '가정의 달' 5월이다. 황 대표는 지속 가능한 돌봄의 근로 체계 구축을 위해 전문서비스직의 인권과 권리 보호를 첫손으로 꼽았다. 돌봄 근로자들의 고통과 애환을 황 대표를 통해 들어봤다.
-최근 돌봄 근로자들이 일터 안팎에서 시달리고 있다는데.
"돌봄 현장에서 서비스 이용자의 반말과 욕설, 심지어 성희롱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최근 사서원 소속 전문서비스직 돌봄 근로자에게 녹음장비를 시범적으로 보급했다.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서비스 이용자에게 녹음이 되고 있음을 사전 고지함으로써 돌봄 근로자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할 수 있고, CCTV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감정노동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활력을 충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돌봄 근로자와 보육직 근로자에게 숲체험 힐링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돌봄 근로자 재직 기간도 연장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그런 건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촉탁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정년 60세' 제도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근로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낡은 제도다. 60세 이후에도 심신이 건강한 근로자에게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5년간 더 연장했다."
-올해 신년회에서 돌봄 근로자 처우 개선에 대표직을 걸겠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히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두 가지를 약속했다. 하나는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교통실비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촉탁직원에게 가족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한 기관의 장이 직원들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요구를 제도로 담아내지 못한다면 무능한 사람이고, 무능한 사람이 서울시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재단의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은 명백한 세금 낭비요, 나아가 세금 도둑질이다. 올해 말까지 이 두 가지 문제를 반드시 풀어내겠다. 그렇지 못하면 연말에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것이다. 이 문제는 사회서비스원 설립 이후 지금까지 풀지 못한 노조 숙원사업이다. 돌봄 근로자들은 교통비를 개인 스스로 부담해왔다. 그들은 하루에 많을 때는 4가구를 방문하기도 한다. 또 동일한 직장에서 근무를 하는데, 촉탁직(60세 정년 이후 계속 근무하는 직원)이라는 이유로 기존에 받던 가족수당을 안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서 내용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던데.
"그걸 말하기 전에, 지난 2월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다. 저는 상식에 어긋난 근로자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때 노조를 향해 상식과 합리를 넘는 무리한 요구와 투쟁은 동의하지도, 인정하지도, 수용하지도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천명했다. 돌봄의 공공성 강화와 지속 가능한 노동 체계를 담보해 줄 돌봄24 실현을 위해 사서원 모든 근로자에게 함께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합리와 상식을 벗어난 요구는 우리 조직 모두를 궤멸시킬 수 있다.
단체협약서는 문제가 많다. 예를 들면 '사서원 직원 채용, 승진·승급, 휴직, 배치전환(전직·전보 등), 징계, 해고 등에 대한 제반 원칙을 조합과 사전에 협의해 실시한다'는 조항과 '조합의 임원·간부·전임자에 대한 인사와 10인 이상 조합원의 대량 인사는 반드시 조합과 사전에 합의한 뒤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 또 '조합원에 대한 대기발령은 조합과 합의해 시행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건 아니다. 왜 이런 협약서가 만들어졌는지, 전임 박원순 시장과 전임 주진우 사서원 원장 두 분이 왜 이런 합의를 노조와 했는지 묻고 싶다. 주 전 원장은 노동운동 전문가라고 들었다. 이건 잘못됐다.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사내에 존재하고 있는 4개 노조에 대해 협약서를 다시 체결할 것을 사측이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소수 직원이 병가(病暇)를 독점했다는 얘기는 뭔가.
"(황 대표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사서원 소속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 등 전체 직원 290여 명 가운데 25명이 지난해 사용한 병가 일수는 총 1124일이었다. 전체 직원 중 8.5%(25명)가 병가를 57%나 사용했다. 1명당 45일씩 병가를 사용했다. 또 전년인 2020년에는 25명(8.4%)이 70.5%를 사용했다. 병가를 사용해도 60일까지 평균임금 100%가 보장되니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애초 잘못 설계된 병가제도와 월급제를 통해 투여한 근로 이상의 임금을 가져가는 일은 부당하다. 반면 6일 이하 병가를 사용한 근로자는 209명으로 전체 인원 중 71.58%를 차지했다. 나아가 병가를 하루도 사용하지 않은 직원이 89명이나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서원은 두 가지 방안을 노조에 제시한다. 하나는 병가를 사용하는 근로자에게는 수당 없이 고정급 70%를 지급하는 방안이고, 또 하나는 완전월급제에서 '기본급+성과급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생활을 위한 기본급을 보장하고 근로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함으로써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방안이다. 사서원 전문서비스직(돌봄 근로자)은 국내 유일한 월급제 정규직 직원이다. 시급제 계약직인 민간 기관 돌봄 근로자와 다르다. 우리 직원들은 매년 고용 불안, 생활 불안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기본급 70%는 노조가 주장하는 민간 기관 근로자 월급여액의 90%를 상회한다. "
-최근 사서원은 '안전보건 경영방침'을 선포했다. 이 방침이 돌봄과 무슨 관계가 있나.
"최근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공포했다. 사서원도 안전보건 관리체계 고도화를 통해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재해 발생을 예방하고 시민과 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서 이 같은 선포식을 했다. 산업재해와 시민재해 예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정착시키고 위험성 평가와 감소 대책을 세웠다. 사서원 근로자의 안전관리와 역량 강화를 위해 소방안전과 산업재해 대응 매뉴얼 교육을 하고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점검 모니터링과 시설물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인간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건강한 일터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사서원 돌봄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100점 만점에 90점을 채 못 받았다. 더 분발하라는 수요자들 요구인 것 같다. 올 초 사서원은 종합재가센터 12곳, 데이케어센터 2곳, 어린이집 7곳 등 사서원 소속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21곳을 상대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9.4점을 받았다. 90점은 넘어야 했다. 이 조사는 돌봄서비스 이용자와 보호자 933명을 대상으로 대면, 전화,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는 10년 이상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기관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사서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돌봄 공백 발생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이런 점수를 받은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서비스의 차별성과 돌봄 인력 간 서비스 품질 차이, 장애인 활동 지원은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더 분발하겠다."
-그렇다면 돌봄 인력에 대한 실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그래서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 인력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육실습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 콘텐츠는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실제 현장의 사례들로 이뤄진 학습 영상을 제작해 교육기간과 장소 등 제약 없이 자기 주도적 학습과 상시 교육이 가능하다. "
-교육 콘텐츠 내용을 소개할 수 있나.
"내용을 말로 설명하자면, 요양보호사 등을 위한 돌봄 인력 실습콘텐츠 개발과 민간 기관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요도와 사용 빈도에 따라 정서활동, 건강관리, 위생활동 등으로 구성됐다. 장애인활동 지원사는 장애유형 요인별로 세분화해 교육 내용을 짜놨다. "
-교육내용을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요양보호사를 위한 교육영상은 △치매 대상자 문제행동 대처 △저혈당 증상 시 대처 방법 △재활운동 보조 등 총 40개 콘텐츠와 △휠체어 이동 지원 △외부인과 의사소통 지원 △경련 시 대처 등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돌봄 인력의 전문성과 민간 기관의 상생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돌봄 근로의 교육체계를 만들어 돌봄서비스 질을 높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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