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새 50만명 감소...경기권 대형 신도시로 이주
지난 3일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의 인구는 거주자, 거주불명자, 재외국민을 포함해 949만688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5월 999만5784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서울의 인구가 1000만명 아래로 내려온 지 6년 만이다.
이에 대해 서울연구원은 "서울의 인구는 자연 증가분과 순이동 사이의 균형이 무너졌던 2010년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면서 "최근에는 사회적 요인에 의해 증감이 좌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사이의 인구 순이동 경로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하남, 화성, 김포, 시흥, 남양주 등 대표적인 대규모 도시개발지역으로의 이주 패턴이 짙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연구원은 서울 인구 전출을 유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주택 수요와 맞물린 수도권 주택지 개발, 신도시 건설 등 주택 공급 상황을 지목했다.
◆주택 공급 부족이 문제...서울서 '주거 편익' 충족 어려워
서울연구원이 과거 통계의 추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의 인구는 1기 신도시 개발로 대규모 이주가 발생했던 1989~1996년 당시 가파르게 감소했다. 이후 2001년 2기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인구 감소가 다시 늘어나기도 했다. 2010년 이래 저출산 현상의 가속화로 인구의 자연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최근 2년 동안은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인구도 빠지는 등 사회적 요인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은 최근 5년간 서울에서 경기로 이주한 사람들은 자가와 아파트 거주 비율이 대폭 상승하고 주택 면적도 늘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서울에 직장 등 사회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더 넓은 집, 자가 구매 등 양질의 주거 편익을 찾아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했다는 것을 검증한 셈이다.
보고서는 인구 자연감소가 현실화했고 3기 신도시도 준비 중이라 서울의 인구 감소세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서울과 주변 지역 사이에 역할 분담 방안을 찾는 등 사회적 인구변화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형수 서울연구원장은 "신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서울을 떠난 사람 중 많은 수가 서울 생활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교육과 직장을 위한 서울로의 순전입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면서 "적절한 방식과 수준의 주택공급(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을 통해 서울 시가지 내에 부담가능한 양질의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전월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주거비용 관리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인구 유출, 집값 상승세와 무관할까?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 인구의 경기도 유출 역시 서울의 집값 상승세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781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5월 6억708만원 수준에서 5년 만에 2.1배로 뛴 수치다. 같은 기간 평균 전셋값도 4억2618만원에서 6억7709만원으로 58.8% 증가했다.
반면 지난달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억2428만원 수준이었다. 5년 전의 3억2249만원과 비교하면 93.5% 급등한 수치지만, 서울과 비교했을 땐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서울에서 전세를 살 돈으로 경기도에선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 5월 경기도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 역시 3억9158만원 수준으로 5년 전 서울의 평균 전셋값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따라서 서울의 집값 상승세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인근 경기도 지역으로 이주하는 선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 자료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1년간 서울을 떠난 인구는 53만728명으로, 이 중 62%에 해당하는 32만9468명이 경기도로 전입했다.
한편 서울연구원의 분석에서도 이를 시사하는 지점이 있다. 서울연구원의 자체 설문조사(총 2085명)에 따르면, 서울로 전입하는 사유는 첫 직장 취직과 입학·진학 등이 높게 꼽힌 반면,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전출하는 경우에는 임대계약 만료와 결혼 등의 사유가 지목됐다.
서울에서 경인 지역으로 전입한 943명 중 293명이 임대차계약 만료를 이유로 꼽았는데 이는 전체 설문 응답 중 가장 높은 응답자 수였다. 아울러 결혼을 사유로 꼽은 응답자는 서울에서 경인으로 전출한 경우엔 172명이 나왔는데, 반대에선 116명에 그쳤다.
전입·전출 인구의 연령 측면에서도 이와 같은 특성을 유추할 수 있었다. 서울로의 순전입 인구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였지만, 30대에는 순전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후 이후 모든 연령대에서 순전출이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제생활과 결혼 등으로 가족을 꾸리면서 필요한 주거 편익을 서울에서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예고된 분양가 인상…집값 상승·탈서울 부추길까?
최근에는 인구의 탈서울 현상을 더욱 우려할 만한 지점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과 공급망 혼란으로 건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조만간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 구축 아파트 단지의 가격도 영향을 받아 강보합세를 보이기 쉽다. 또한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레 전셋값 등 주택 임대료도 따라 오른다. 그렇기에 분양가 상승은 전체 집값을 또 올리며 탈서울 현상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온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현실화를 위해 이달 중 분양가상한제(분상제)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재비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기 위해 기본건축비 인상도 기정사실화했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제지역 내 고분양가 심사 제도 개편 역시 추진 중이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 등 13개 구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에서 재건축 조합 이주비·사업비 금융이자 등 정비사업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일반분양가에 반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미래 개발이익을 땅값 감정평가에 반영해 택지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본형 건축비도 최근 레미콘 등 원자잿값 급등에 맞춰 추가 인상을 논의한다.
주택업계는 이러한 개편이 모두 추진되면 현재 주변 시세의 50~60%인 분상제 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의 80%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HUG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224만4300원이었다. 1년 전 2813만5800원에 비해 14.6% 올랐지만, 분상제 아파트의 분양가가 시세의 80% 수준으로 오르면 4000만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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