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리더십 확보' 특명 받은 한종희, 글로벌 전략 수립 '골몰'

DX부문 출범 이후 첫 글로벌 전략회의...비우호적 대외 환경 타개책도 마련해야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 경영진이 글로벌 전략회의에 돌입했다. 총 사흘에 걸쳐 사업부별로 이뤄지는 이번 회의를 통해 글로벌 단위로 판매·영업 전략 수립에 나선다.

DX부문이 최근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 등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를 마주하고 있어 한종희 부문장(부회장)을 필두로 대응책 마련에도 전력을 다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기술’을 강조한 만큼 판매·영업 전략에 더해 ‘기술 리더십 확보’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 20일 열린 삼성 전자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계기로 재계에서 거론되는 ‘비상 경영’ 체제와 관련한 특단의 조치가 논의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기술을 통한 미래 준비를 강조한 만큼 비상 경영을 통한 고강도 혁신으로 ‘이재용의 뉴(New) 삼성’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DX부문 출범 후 첫 글로벌 전략회의···‘원 삼성’ 전략 점검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은 이날 MX(모바일경험)사업부를 시작으로 23일까지 사업부별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를 위해 전 세계 삼성전자 해외법인장 등 고위급 임원이 한국에 모이는 만큼 글로벌 단위로 전략을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회의는 지난해 말 생활가전(CE)과 IT·모바일(IM)부문이 DX부문으로 통합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쏠린다.

업계는 한 부회장이 DX부문장으로 부임한 이후 사업부·제품 간 벽을 허무는 ‘원(One) 삼성’을 강조해 온 만큼 이번 회의를 통해 삼성전자의 다양한 완제품을 활용한 ‘멀티 디바이스 경험(MDE)’을 극대화할 방안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지난해 말 관련 조직이 태스크포스(TF)에서 팀으로 격상한 로봇사업, 삼성전자가 관련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메타버스 등 신시장에서 초기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기기 간 연결 강화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데 필수적인 플랫폼 ‘스마트싱스’, 삼성전자가 최근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 시대 구현’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 6세대 통신(6G) 등 사업부별로 힘을 주고 있는 사업 전략도 검토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사장단회의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와 같은 사업 전략 논의는 기술력 확보 방안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날 글로벌 전략회의에 참가한 임원들은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계속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DX부문에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기술 개발 투자가 강화될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부정적 대외 환경 극복 위한 ‘묘책’ 도출해야

업계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부정적인 거시경제, 공급망 리스크, 물류난,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 등 당장 눈앞에 닥친 단기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룰 것으로 본다.

부정적인 대외 환경으로 인해 제조업 곳곳에서 생산단가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IT·가전 등 분야에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한 수요 분출 효과(펜트업)에 따른 매출·영업이익 급등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급망관리(SCM) 혁신, 재고 효율화, 프리미엄 제품 강화 등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논의될 전망이다.

20일 개최된 사장단회의에서도 인플레이션, 공급망 충격,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급감 등 글로벌 위험 요인과 관련된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지고, 공급망 안정성 강화 등 대책도 폭넓게 논의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밝힌 바 있다.

또 MX사업부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폴더블 신제품, 웨어러블 등 갤럭시 생태계 제품군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판매·영업 전략 논의가 주를 이루는 만큼 온라인 채널의 성과 극대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사업에 더해 기업 간 거래인 ‘B2B’ 사업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업데이트된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가 적용된 비스포크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