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송호준 작가가 인공위성 팔고 바다로 떠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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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8-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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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인공위성을 발사해서 화제가 됐던 송호준 작가.
그는 인공위성을 비롯해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번개장터에 내놨다.
그 이유를 송호준 작가에게 들어봤다.


 

[사진= 김호이 기자/ 송호준 작가]

Q. MBC 요트원정대에 출연하면서 큰 관심을 얻었습니다. 이후에 번개장터에 인공위성과 각종 작품들을 판매하기 위해 올리면서 ‘요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뭔가요?
A. 번개장터랑 같이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팔고 요트를 사서 떠나자는 목적으로 2020년 10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저한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삶의 흔적들을 정리하고 바다라는 공간으로 나간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모아 왔던 취향들을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번개장터에 중고로 올린 이유는 보통 작업물들은 갤러리에서 판매가 되거나 상업적으로 판매가 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중고장터에서 판매를 해서 다양하게 재밌는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대했었어요.
 
Q. 작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중고라는 표현을 잘 안 쓰지 않나요?
A. 작업은 보통 엄청난 권위를 지녀야 되고 대단한 사람들만 만들 수 있다는 편견들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게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누구나 인공위성을 쐈으면 좋겠다는 프로젝트처럼요. 근데 동시에 이게 팔렸으면 좋겠다는 역설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지점들을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은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작품을 멋진 곳에 놓고 화려한 조명 속에서 판매를 할 것이냐 아니면 작품들을 다 중고니까, 중고장터에 올려서 사람들의 반응도 보고요. 그 반응들이 미술관에서 보는 사람들의 반응들과 비슷하잖아요. 근데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미술관에서는 관계자들만 볼 수 있잖아요. 그런 점들이 재밌었어요.
 

[번개장터]

Q.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아직 팔리지는 않았는데 황당해 하는 반응들이 많았어요. “어떻게 이런 걸 팔 수 있냐”, “웃기다“, ”중고장터에서 이런 건 처음 본다”라는 반응들이 많았고 악플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이런저런 모든 이야기들이 작업과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소통이었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 지점들이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작품들이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할건가요?
A. 창고에 놔두던가 해체해서 놔두던가 할텐데 제 추후 계획은 물리적인 현장에서의 작업들은 최대한 하지 않고 디지털 세상에서 작업을 하고 싶은 게 목표이기 때문에 육지에서의 생활은 로그아웃하고 바다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전시를 선택할 것 같아요.
 
Q. 육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바다로 떠나려고 하는 이유가 뭔가요?
A. 계속 똑같이 있다 보니까, 재밌는 생각도 나지 않는 것 같아서, 코로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답답한데 지하의 작업실에서 뭔가를 한다는 게 우울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좀 더 세상과 교감을 이루면서 통신도 발달을 했으니까,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걸 적극적으로 고민할 시기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 있나, 배 안에 있나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왜 굳이 지하에 있을 것이냐, 넓은 곳에서 살면 안 되나 라는 고민도 하게 됐고 ‘요트원정대’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나서 먼 바다에 빠지고 나니, 이 작업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요트원정대를 통해서는 어떤 영감들을 얻었나요?
A. 먼 바다를 처음 나가다 보니까,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지들이 엄청났어요. 높은 파도나 강한 바람들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같이 탔던 사람들과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까 폐쇄된 공간에서의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요트를 타다 보면 고립의 시간이 길텐데, 이런 고립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송호준만의 방법이 있나요?
A. 고립의 시간이 있어야만 다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에너지 있게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까불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스스로 생각을 하고 그걸 바탕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외로움의 시간보다는 훨씬 더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Q. 인공위성 프로젝트 때는 작품이 우주를 항해하고, 요트프로젝트에서는 작가 본인이 바다를 항해할텐데, 항해란 어떤 의미를 주나요?
A. 우주는 제가 직접 항해해 보지는 않았지만 바다는 항해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보고 저렴한 버전의 우주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막상 배를 타보니까,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 게 이 별에서 저 별로 가는 거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그래서 배 역시 우주선이라고 생각해요. 항해라는 건 시간에 대해서 고민도 해보고 존재적으로 내가 여기에서 왜 이렇게 태어나서 생각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해보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육지를 떠난다는 게 저한테는 기존에 있는 생각이나 틀에서 벗어나자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Q. 작품 중에 우라늄 목걸이는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요?
A. 우라늄 목걸이는 9억9999만원으로 올려놨는데 가격으로 설정할 수 있는 최댓값이거든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장난하냐는 말도 많았지만 사실 그런 걸 통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제 작업의 특징 중 하나 거든요. 그리고 사람들과 채팅을 주고받으면서 재밌었었어요.
그런 대화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생명이란 무엇일까?’, ‘죽음을 시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 짧은 시간이나마 고민해볼 수 있었다면 값어치를 한 것 같아요. 생명이 요즘 사회에서는 보험금을 비롯해서 금액적으로 연결이 되잖아요. 그래서 상징적인 의미로 가격을 그렇게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람 목숨값보다 비싸다고 하세요. 그래서 ‘목숨값이 10억은 안되나 보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사진= 김호이 기자]

[번개장터]

 
Q. 누구나 인공위성을 만들고 싶고, 요트를 타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은 건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실행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이 영감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뭔가요?
A. 저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힘들 때도 많고, 힘도 없고 하기도 싫고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고민들과 실행 할 수 있는 힘이 쌓여가는 게 10년 주기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Q. 요즘에는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나요?
A. 빨리 정리하고 어떻게 배를 잘 꾸려서 다음 여행을 나가야 되나를 고민하고 있고 그 여행을 어떤 식으로 다양한 이야기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입장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저 역시 사람들에게 배우는 입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촉발자의 역할이라고 보고 어떤 식의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Q. 요트 값은 다 마련이 됐나요?
A. 다 마련은 못했어요. 그래서 돈을 빌려서 요트를 샀는데 번개장터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요트프로젝트를 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뜻깊었어요. 그리고 작업물들을 중고장터에 판다는 게 하나의 선언이라고 생각해요. 뭔가를 창작하고 만드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어떤 것들은 비싸게 올려놨던 거고, 인공위성 같은 경우에는 인건비만 올려놓은 거예요. 그래도 비싸다고 하는데 이걸 통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들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작업하면서 썼던 취향들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서로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살 수 있는 이야기들을 거창하게 할 수도 있지만 중고장터에서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Q, 마지막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포기를 망설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불가능은 비싸다고 생각해요. 도전하면 돈이 들지만 그것들을 가능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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