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다각화 나선 F&F, 스포츠웨어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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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2-07-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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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테니스웨어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 지분 인수

  • 신성장동력으로 전문 스포츠웨어 브랜드 라인 확대

  • 라이선스 브랜드 대신 '자체 브랜드' 찾기 고군분투

[그래픽=아주경제]

디스커버리와 MLB 등을 전개하는 F&F가 테니스웨어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스포츠웨어 영역에 뛰어들었다. 전문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부재했던 F&F는 이번 인수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테니스웨어와 골프 라인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F&F는 글로벌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SERGIO TACCHINI)’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대상은 세르지오 타키니 오퍼레이션(SERGIO TACCHINI OPERATIONS, INC.)의 브랜드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한 지주사 세르지오 타키니 IP 홀딩스(SERGIO TACCHINI IP HOLDINGS, INC.) 지분 100%를 약 827억원에 취득하기로 했으며, 취득 시기는 이달 20일이다.
 
세르지오 타키니는 1966년 이탈리아의 테니스 챔피언 세르지오 타키니가 론칭한 브랜드다. 1990년대 노토리어스 B.I.G(Notorius B.I.G) 등 유명 힙합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인지도를 높였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 캐주얼라인을 확대하며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다.
 
F&F는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하면서 해외에서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활용해 해외 사업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특히 테니스는 골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 신규 고객층 유입이 활발한 스포츠 중 하나다. 접근성도 좋고 비용도 저렴한 편인데다 일상복으로 입어도 손색없는 테니스웨어가 젊은 층 사이에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또 비싼 골프 비용과 힘든 골프장 예약 탓에 테니스로 넘어가는 인구도 적지 않다. 현재 국내 테니스 인구는 60만명으로 추정되며, 시장 규모는 3000억원대로 매년 커지고 있다.
 
F&F 관계자는 “골프처럼 테니스 역시 수요층이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번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인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테니스와 골프웨어로 전문 스포츠웨어 라인업 확장
F&F는 MLB와 디스커버리 등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에 있어서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기능성을 앞세운 전문 스포츠웨어 브랜드는 전무한 상태다. 김창수 F&F그룹 회장은 앞서 1996년 ‘엘르스포츠’와 ‘엘르골프’, ‘레노마스포츠’를 통해 스포츠·골프웨어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수익성 저하로 발을 뺀 경험이 있다. 당시 F&F는 이들 브랜드를 앞세워 골프웨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2010년대 들어 골프 인구 감소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그럼에도 전문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육성해야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는 굳건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골프가 호황을 맞자 자체 브랜드 듀베티카를 통해 골프웨어 제품을 출시했다. 디스커버리 브랜드에서는 골프웨어로도 활용할 수 있는 피케셔츠를 내놓으면서 브랜드 모델 공유와 골프 화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트레치 엔젤스에서도 골프와 테니스웨어 제품을 론칭했다.
 
또 김 회장은 골프시장 성장세에 지난해 7월 미국 골프 용품업체 테일러메이드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한 사모펀드의 지분을 늘리는 시도도 했다. 골프시장이 커지자 직접 테일러메이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라이선스 브랜드로 성장한 F&F, ‘자체 브랜드 육성’ 숙제
F&F가 신성장동력을 찾는 이유는 라이선스 브랜드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브랜드의 경우 라이선스 수수료를 납부해야 하며, 글로벌 진출이 자유롭지 않다는 제약이 있다. 지난해 F&F의 전체 매출에서 디스커버리와 MLB(MLB키즈)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96%에 달했다.
 
김 회장은 자체 브랜드 강화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왔다. 라이선스 브랜드 대신 자체 브랜드를 육성해야 수수료 절감과 마케팅 활동, 해외 진출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제 디스커버리는 국내에서 판매, 제작, 유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나, 타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F&F의 자체 브랜드 스트레치 엔젤스(왼쪽)와 듀베티카 제품 화보 [사진=각 브랜드 홈페이지]

F&F는 2018년 5월 스트레치 엔젤스를 론칭했고, 같은 달 F&F홀딩스는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를 인수하기도 했다. 2020년 1월에는 미국 상표권 수프라(SUPRA)를 인수해 올해 1월 프리미엄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수프라’로 탄생시켰다.
 
그러나 아직 F&F의 자체 브랜드는 디스커버리와 MLB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디스커버리의 전신이었던 ‘더 도어’는 2012년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1호점을 오픈하며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더 도어는 포화상태였던 아웃도어 시장에서 차별점을 갖지 못하고 론칭 6개월 만에 사업을 접고 디스커버리로 매장을 전환했다.
 
2018년에는 프리미엄 애슬레저 브랜드 ‘스트레치 엔젤스’를 선보였다. 여자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하며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스트레치 엔젤스의 매출은 2019년 135억원에서 2021년에는 매출이 55억원으로 줄었다.
 
세계적으로 하이엔드 패딩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F&F는 몽클레어 대표였던 쟝피에르 발리아노와 스테파노로보레토가 독립해 설립한 하이앤드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를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당시 ‘글로벌 리딩 패딩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김창수 회장의 의지와 달리 듀베티카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듀베디카인터내셔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77억원, 영업손실은 68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F&F는 기존에 영위하고 있는 브랜드 외에 자체 브랜드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세르지오 타키니는 물론 골프와 테니스 등 전문 스포츠웨어 확장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F&F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를 추가 확보하고 이를 통해 패션사업을 지속해서 성장시키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세르지오 타키니 인수가 F&F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더 키워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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